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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그 여자 / 오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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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에 가면 순천만이라는 마을이 있다
그곳에서 낳고 자란 어머니의 어머니
그 할머니의 피를 이어받은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울지도 않고 웃지도 않았다
입을 앙다물고 꿈을 꾸고 있을 뿐이었다
세상을 가끔씩 들었다 놓았다 하려면
미지근한 체온이라도 아껴야 했기 때문이다
알토란같은 싹을 키워야 했기 때문이다
가시 끝에서 꽃을 피워내야 했기 때문이다
가지마다 열매를 매달아야 했기 때문이다
창밖에 바람소리 매섭게 추워지고
눈보라 황급하게 몰아치는 엄동설한에도
마음에 빗장을 열어주면 안 된다는 것
개구리처럼 인색한 동면을 해야 된다는 것을
이 세상에 오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어서였다
순천만 그 아이는 종자부터 달랐다
가슴속 깊숙하게 비수를 꽂아놓고
겨우내 얼어붙은 강물을 근심하지 않았다
들판에 버려둔 이삭을 아쉬워하지 않았다
생살 찢어진 나무를 보고도 모르쇠 했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3-02-25 17:23 송고
2013-05-19 07:13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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