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淨淨(정정)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날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옴을

송
<송수권>시인은 1940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났다. 1975년 문학사상에 <산문에 기대어>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송수권의 대표 시이다.
<송수권>의 시는 남도 특유의 맛과 멋이 있다. 시간의 풍화 속에서 사라져가는 것들, 빛바랜 유년에의 기억, 허물어져 가는 고향을 일으켜 세워준다.
<산문에 기대어>는 누이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 개인의 정한을 인간 보편의 근원적인 슬픔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그의 시는 자조적인 한(恨)의 정서가 아니라 한 속에 내재한 은근한 힘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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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2 05: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