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몇 차례 불칼이 내려치더니
앞산엔 오동꽃이 붉었습니다
바라보면 혼불 같기도 하고
아슴아슴 가슴 져며오는
그리움 같기도 한 꽃

그 꽃이 피면
형님은 울지 못하는 한 마리의 새가 되어
붓 한 자루로 세상을 떠돌면서
봄날의 긴긴 해를 저물리는 것이었습니다

며느리 밥풀꽃은 며느리가 죽어 되고
무덤가의 할미꽃은 할머니가 죽어 되고
접시꽃은 누님이 죽어 되었다는데
저녀르 오동꽃은
무엇이 죽어 꽃이 되었을 까요?

올해에도 풍년이 들기는 글렀습니다
우리네 살림살이 늘어난 것도 없이
하늘에 오동꽃 저리 붉었으니
허리끈 졸라매며
먹고도 남는 꽃잔치로나
배를 불려야 할 것 같습니다

청명 곡우가 지났으니
오동꽃 핀 자리마다
작년에 울던 뻐꾸기 다시 날아와 울겠지요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합니까?
이승에 살포시 내려와
못다 한 시름 풀다가는
형님의 목청으로 들을 수밖에는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