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구름이 있으면
땅에는 물이 있다

냇가에서 산골짜기에서 
흘러가는 것들이 물이지만
어떤 물은 샘물이 되어 목을 축이게 하고
어떤 물은 접시물이 되어 코를 빠뜨리게 하고
어떤 물은 흙속에 스며들어 자취를 감추기도 한다

나도 한때 무저갱 속에서
의도에 맞지 않은 물을 퍼먹고
올챙이배처럼 마냥 부풀어 오른 적이 있다

누가 처음 물을 만들었을까
구름이 물처럼 시간 속으로 흘러가고
바람이 물처럼 세월 속으로 흘러갈 때
우리 할머니 장독대에 물 떠놓고 비손을 했고 
우리 어머니 부뚜막에 물 떠놓고 비손을 했다 

나도 책상위에
물 한 사발 떠놓고
비손비손 비손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