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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배우는 아버지 / 박후기
2014-01-10 오전 8:16:40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파밭에 고꾸라진 아버지가

    파꽃처럼 짧게 쳐올린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자전거와 함께 일어서는 저녁이었다

     

    어린 내가

    허리 부러진 대파와 함께

    밭고랑에 드러누워

    하얗게 웃던 밤중이었다

     

    식구들이 깔깔거리며

    대문 밖을 내다볼 때,

    입 벌린 대문 깊숙한 곳에 매달린 알전구가

    목젖처럼 흔들렸다

     

    아버지!

    쓰러지는 쪽으로 핸들을 꺾지 마세요

     

    아버지를 태운 자전거처럼,

    한쪽으로 기운 살림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환한 파밭의 어둠 속으로 곤두박질쳤다

     

    늘 같은 자리만 맴도는구나,

    벗겨진 체인을 끼우고

    손으로 페달을 돌리며 아버지가 말했다

     

    어머니는 허리 부러진 파를

    뒤란에 옮겨 심었다

     

    흙 속에 뿌리만 묻은 채

    옆으로 누워 잠자는 대파들처럼,

    식구들은 옹기종기

    한 이불 속에서 대파 같은 다리를 묻고

    잠이 들었다

     

    아버지는 죽을 때까지 자전거를 배우지 못했다

    자식들은 아버지보다 많이 배웠지만

    아버지보다 많은 것을 알진 못했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4-01-10 08:1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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