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와소
유월의 비가 삘기 모가지처럼
가늘고 하얗게 센다
조심 할수록 와르르 떨리는
철쭉 코끝이 벌게지도록
산막 그늘에 걸쳐 뻗은 뿌리
술 먹은 뿌리가 긴 밤 적막을 모으다 잠 들었다
차버리고 틀어쥐고
쓸쓸한 詩들이 황토방에 가득 아, 운명이야
유월의 비로 날아온 아바타가 쓴다
하룻밤 수혈의 시간
홀로 갈아낸 투박한 피가 머리를 박는다
아버지와 할아버지 사이에서 뽑아 써낸
남은 가닥들 민들민들 춤추는 인천의 시인
고향의 생경한 등불 꺼대고 일어난다
차근차근 여남은 빛 전작의 기운과
합세한 몸이 불어
하얀 비늘 파닥이며 물새의 주둥이를 턴다
합일 수에서 나오는 소리
한 줄의 詩가 떨어지며 튄 토방의 빗물이
인삼주 매실주 혹은 됫병의 간수
산을 마시고 밭을 마시고 염전 마시고
‘봄이 떠나면서 한 말’*을 남기며
세월호 삼킨 산의 뿌리 소리만은 캐내지 않는다
상사댐 등 굽은 부표가 마침표는 아니다
유월의 시가 아직 다 써지지 않았고
슬프게 읽는 새는
세찬 비 불러 오기까지 법정의 빗물을
산방에 놓고 떠난다
*송준용 시인의 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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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4 10:2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