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말모는 지금 일본에 살고 있다.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일본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동분서주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 십년간 간첩 누명을 쓰고 한국감옥에서 인생을 차압당한 사람이다.

  구말모의 부모님은 전남 여수시 미평동에서 살았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건너가 일가를 이루었다. 자랑스러운 한국의 관혼상제의 문화를 일본인에게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는 국가관과 민족의식이 투철한 사람들이었다. 특히 결혼식과 장례식 같은 잔치날에는 일본유지를 초청하여 희로애락을 같이 했다. 구말모의 부모님은 단지 한국인으로 국가관과 민족의식이 투철하다는 것을 일본인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아니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문화에 적응을 못해서 한국문화를 계속 유지한 것이었을까?

  1959년 12월 14일 구말모의 누나는 일본의 나가타항에서 북송선인 ‘만경봉호’를 타고 북한으로 출발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이 끊긴다. 구말모는 제일본대한민국거루민단의 일원이 되어 북송선 앞에서 북송반대 시위를 벌인다. 어느 날은 북한의 평양에서 누나와 상봉을 한다. 구말모는 일본 와세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한민국으로 유학을 와서 연세대학교 박사과정을 취득하려 왔다가 대한민국 정부에 체포를 당한다. 평양에 가서 누나를 만나고 온 것을 북한의 간첩이라고 오해가 되어 15년이라는 형벌을 받는다. 10년 동안 옥살이를 하다가 형기를 5년 앞두고 가석방으로 풀려나고, 41년간 짊어지고 다니던 간첩 혐의도 벗는다. 간첩혐의가 벗어지던 날 구말모는 법정에서 ‘대한민국 만세’를 크게 부른다.

  '삼월 하늘 가만히 우러러보며/ 유관순 누나를 생각합니다/ 옥 속에 갇혀서도 만세 부르다/ 푸른 하늘 그 리며 숨이 졌대요/ 삼월 하늘 가만히 우러러보며/ 유관순 누나를 불러봅니다/ 지금도 그 목소리 들릴 듯하여/ 푸른 하늘 우러러 불러봅니다'는 강소천 작사 나운영 작곡의 ‘유관순’이다. 이 유관순 노래는 학교에서 유관순을 배울 때마다 자주 불렀던 노래이다. 하지만 나는 ‘대한민국만세’를 부르다가 옥에 갇혀서 죽은 유관순에 대하여 그동안 한 번도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다만 역사 속의 한 주인공이라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오늘 동생이 ‘오빠 읽어봐’ 하면서 건네준 ‘애국애족 정신이 투철한 말모오빠가 간첩?’이라는 칼럼을 읽고 국가를 위해 ‘대한민국만세’를 불렀던 유관순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왜 유관순 노래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는 것일까?

  충청남도 천안에서 태어난 유관순(1902.12.16~1920.9.28)은 이화학당의 학생이었다.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학생들과 함께 가두시위를 벌였고, 학교가 휴교에 들어가자 만세시위를 지휘하기 위하여 고향으로 내려갔다. 충청도 일대의 학교와 교회 등을 방문하여 만세운동을 협의했고, 음력 3월 1일에는 아우내 장터에서 3,000여 군중에게 태극기를 나누어 주며 시위를 지휘하다가 출동한 일본 헌병대에 체포가 되었다. 아버지 유중권과 어머니 이씨는 일본 헌병에게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했다. 집마저 불타고, 유관순은 공주 검사국으로 이송이 되었다. 서대문형무소에서 복역 중 고문에 의한 방광파열로 옥사를 했다. 1962년에는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건국훈장독립장을, 1996년 5월 에는 이화여자고등학교에서 명예졸업장을 추서하였다.

  그때 3ㆍ1운동은 수개월 동안 지속되었다. 도시 등 교통이 발달한 곳을 중심으로 시작된 삼일운동은 농촌 등지로 전파되며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날이 갈수록 참여하는 인원과 계층이 늘어나면서 운동의 양상도 비폭력 시위에서 폭력투쟁으로 발전했다. 국외로도 확산되어 만주, 연해주, 도쿄, 오사카, 필라델피아 등에서도 독립시위가 벌어졌다. 1919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저항하여 전 민족이 일어난 항일독립운동으로 일제 강점기에 나타난 최대 규모의 민족운동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전승국의 식민지에서 최초로 일어난 대규모 독립운동이기도 했다.

  일제는 나라를 되찾겠다는 삼일운동을 묵인하지 않았다. 무력으로 무자비하게 진압을 했다. 전국 각지에서 시위대에 총격을 가했다. 닥치는 사람마다 마구 죽였다. 시위자들을 체포하여 물고문, 불고문, 전기고문 등의 가혹한 고문을 서슴지 않았다. 당시 일제의 통계에 따르면 3ㆍ1운동 이후 3개월 동안 시위진압과정에서 수천 명이 사망했으며, 수만 명이 상해를 입었다. 수수 만 명이 구금되었고, 교회와 학교, 민가 등의 수백 채가 소각되었다. 이렇게 잔인한 피가 흐르고 있는 일본 땅에서 살았다는 구말모의 청소년기가 궁금해진다.

  ‘남과 북’이라는 영화 주제곡이 있다. ‘한운사’의 시, ‘박춘석’작곡의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이다.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얌전한 몸매의 빛나는 눈/ 고운 마음씨는 달덩이 같이/ 이 세상 끝까지 가겠노라고/ 나하고 강가에서 맹세를 하던/ 이 여인을 누가 모르시나요/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부드런 정열의 화사한 입술/ 한번 마음 주면 변함이 없어/ 꿈 따라 임 따라 가겠노라고/ 내 품에 안기어서 맹세를 하던/ 이 여인을 누가 모르시나요/ 라는 노래는 ‘이산가족의 아픔’이라는 주제로 글쓰기를 할 때, 선생님께서 동영상으로 들려주신 노래이다. ~말모오빠가 간첩?’이라는 칼럼을 읽고 이 노래를 다시 들어보니 이산가족의 아픔이 피부로 전해오는지 가슴이 먹먹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삼일운동의 일제무력진압에 못지않은 동족끼리 서로 싸우고 죽이는 동족상잔의 아픔을 겪고 있다. 삼팔선을 사이에 두고 남한과 북한은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미사일, 땅굴, 도발, 핵무기 등으로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같은 학생들은 일제 강점기나 6․25전쟁 같은 공부를 할 때는 마음이 불안하다. 역사의 희생양이 된 유관순이 옥중에서 부른 ‘대한민국만세소리’와 구말구가 법정에서 부른 ‘대한민국만세소리’가 귓가에 쟁쟁하다. 하루빨리 자유통일이 될 수 있도록 국가와 국민은 한마음 한 뜻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