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9일이다.

  2박 3일로 영산강 자전거 일주를 가기 위해 아침 6시에 일어난다. 어머니와 함께 점심때 먹을 삼각 김밥을 준비하는데 마음이 즐겁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7시 30분에 어머니와 함께 집합장소인 버드네 공원으로 발길을 옮긴다. 먼저오신 선생님이 보인다. 친구들도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있다. 우리 반 아이들 23명과 선생님 다섯 분, 조교선생님 포함하여 총 29명이다.

어머니께서는 디카로 찰칵찰칵 추억을 만들면서

  “원호야 꼭 완주하고 오너라! 힘들어도 포기 하지 말고 열심히 해라”

“알았어요. 어머니 욕속부달(慾速不達 빨리하려다가 도리어 해가됨)하지 않고 조심해서 자전거 탈게요.”

  작별 인사를 하며 관광버스를 타고 첫출발지인 담양댐으로 가고 있다. 차창 밖으로 6월의 초여름 풍경이 싱그럽다. 멀리서 모내기를 하는 논이 보이고, 이미 모내기를 마친 들판은 온통 초록빛이다. 여기저기서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가 이내 담양댐에 도착한다.

트럭에 싣고 온 자전거를 받아 타고 도로를 쌩쌩 달리니 공기가 상쾌하다. 다람쥐처럼 오르막 내리막길을 몇 번씩이나 오르내리다 보니 배가 고프다. 점심을 먹는 장소인 담양 대나무 숲에 도착을 하니 벌써 와 있는 친구들이 눈에 띤다. 어머니께서 챙겨주신 삼각 김밥을 친구들과 나누어 먹는다. ‘시장이 반찬이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완전 꿀맛이다.

점심을 먹자마자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다리에 힘이 빠지고 등이 배 껍질에 붙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까지 달리고 또 달린다. 한 2~3시간쯤 달려왔을까? 나는 몸이 녹초가 된다. 다른 친구들은 힘이 펄펄 넘치는지 지친 기색이 없다. 오르막내리막길을 쌩쌩 신나게 잘도 달린다. 나도 친구들을 뒤쫓아서 우리의 첫 야영지인 오토캠핑장에 겨우 도착을 한다. 자전거를 주차하고 자물쇠를 걸어 놓는다.

친구들과 함께 협력하여 텐트에 폴대를 설치한다. 팩을 박고 끈으로 잡아당길 때가 재미있다. 저녁밥으로는 볶음밥을 만든다.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기니 군침이 돈다. 야영장에서 처음으로 만든 저녁밥은 정말 맛있다. 밥을 먹은 뒤 설거지를 하고나서 샤워장으로 향한다. 하루 종일 땀을 흘리고 나서 샤워를 하니 기분이 상쾌하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부모님께 드릴 편지를 쓰고 있는데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잘 왔어요, 아무 탈 없이 자전거를 탔어요. 같은 일상 언어로 겨우 편지를 완성한다.

야식으로 라면을 먹고 있는데, 선생님께서 10시30에 자라고 하신다. 친구들과 놀다보니 어느 사이 10시30분이다. 잠자리에 들자마자 꿈나라로 간다.

  5월30일 둘째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산책을 하고 토스트를 만들어 먹는다. 설거지를 한 뒤에 텐트를 걷는다.

"원호야 오늘 목표는 몽탄 초등학교야 힘내자 파이팅!"

선생님께서 힘을 북돋아 주신다.

“알겠습니다. 아자!”

선생님 말씀에 화답을 하고나서 자전거로 출발하기 전에 모듬 구성을 한다. 처음은 1조 2조 3조였는데 2조 3조 1조로 구호를 외치며 힘차게 자전거 폐달을 밟는다. 1시간 30분쯤 지났을까? 첫 번째 산이 덩그마니 눈앞을 가로막는다. 보기만 해도 산은 꽤 가파르다. 올라갈 때는 힘들었지만 내려올 때는 신나고 스릴이 넘친다. 배가 고픈 줄도 모르게 자전거 타기를 파도타기처럼 즐기고 있는데 점심시간이다. 죽산보에 도착하여 점심을 기다리고 있는데 차가 도착하지 않는다. 모두들 30분이 넘게 창 쪽으로 고개를 돌려 쳐다보고 있는데

"야! 점심 차다“

친구들과 함께 소리소리 지르다가 배당된 김밥을 먹는다. 집 밖에서 먹어서인지 정말 맛있다. 김밥을 먹고 나서 친구 인재와 함께 다시 자전거 폐달을 밟는다. 얼마 가지 않아 친구 인제가 점심을 먹었던 곳에 헬멧을 나두고 왔다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인제의 헬멧을 찾으러 다시 죽산보로 간다.

헬멧을 찾아 쓴 인재와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전거를 탄다. 마지막 코스라서 길이 엄청 가파르고 힘들다. 자전거를 아예 질질 끌고 올라간다. 다행스럽게도 내리막길에서는 올라올 때의 힘든 기억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재미있고 스릴 만점이다. 몽탄대교를 지난 후 몽탄 초등학교를 찾아 갈 때 미로를 찾는 기분이 들어서 이카루스 날개가 생각난다.

<이카루스 날개>는 어리석음과 과욕의 결과는 죽음이라는 것을 가르쳐준 그리스 신화이다. 다달로스는 한때 미노스왕의 총애를 받았다. 하지만 크레타의 왕비의 부정을 도와주었다는 이유로 왕에게 미움을 사서 아들과 함께 미로 속에 갇히게 된다. 부자는 미로 속의 감옥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바다를 건너야 했다. 하지만 미노스 왕이 모든 배를 통제했기 때문에 탈출이 불가능한 일이었다. 부자(夫子)가 감옥을 탈출하기 위한 길은 수직의 길 뿐이었다. 결국 다이달로스는 성위에 떨어지는 새들의 깃털을 모으기 시작했다. 깃털이 어느 정도 모였을 때 아들과 함께 밀랍을 붙여 날개를 만들었다. 날개가 완성되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아들아, 태양 가까이 가지마라, 밀랍으로 만든 날개가 녹아버리니까”

하고 경고를 주었다.

“예, 아버지 걱정 마세요”

아들은 아버지와 약속을 해놓고 하늘을 향해 날기 시작했다. 아들은 아버지의 충고를 무시하고 너무 높게 나는 바람에 뜨거운 햇볕에 날개를 붙인 밀랍이 녹아버려 바다로 추락한다. 내가 한치 앞도 모르고 자전거 일주에 도전한 것처럼, 인간의 새로운 탐구와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해 준 <이카루스의 날개>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송탄초등학교에 도착하니 이게 웬일! 오자마자 텐트를 치기 시작한다. 저녁밥을 먹고 라면도 먹는다. 10시30분에 꿈나라로 간다.

  5월 31일 셋째 날이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하나 둘, 하나 둘, 운동을 한다. 아침은 간단한 토스트로 만들어 먹는다. 텐트 안에서 먹는 토스트 맛이 일품이다. 숟가락을 놓자마자 빨리 텐트를 걷고 다시 힘차게 자전거 폐달을 밟는다. 오늘에 목표는 하구 둑이다. 다행한 일은 하구 둑을 가는 길에는 산이 없다고 선생님께서 설명해 주신다. 오르막 내리막도 거의 없는 평지라고 말씀해 주신다. 한 2~3시간쯤 달리면서 틈틈이 물도 마시고, 쉬엄쉬엄 가다보니 저 멀리 하구 둑이 보인다.

 선생님께 영산강을 완주했다는 스티커도 받고 점심으로 부대찌개를 먹는다. 버스에 오르니 전신에 힘이 쫙 풀린다. 잠깐 졸다가 깨어나 보니 순천 버드네공원이다. 버스에서 내리니까 부모님들이 마중을 나와 계신다.

“원호야!”

“엄마!”

“어디 다치지 않았니?”, 도전활동은 어땠니?”

엄마는 나의 몸 전체를 이리저리 살피면서 한숨에 묻는다.

“에이, 엄마도 참! 내가 누군데 몸을 다쳐요”

“누구긴? 천하제일 우리 집 장남 내 아들 원호지” 

엄마는 나를 부둥켜안고 이히히 웃는다. 나도 영산강 자전거 135Km 도전활동을 성공한 뿌듯함으로 흐흐흐 웃는다. 보고 있던 친구들도 헤헤헤 웃는다. 영산강 자전거 일주는 멋지고 신나는 길이지만 이히 흐흐 헤헤로 웃음꽃을 피워주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