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면초_scd-h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기 원하는 대로 뭐든 다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그런 사람은 아마 없을 것 같습니다. 있더라도 극소수에 불과하겠지요.

대부분 사람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경험합니다.

그로 인하여 생을 포기하는 사람도 나옵니다.

무엇이 우리에게 그런 고난의 가시밭길을 군데군데 숨겨 놓았을까요?

운(運)을 들먹이는 사람이 많습니다.

운이 있어 합격했느니, 실력은 되는데 운이 없어 떨어졌다느니....

특히 입시나 취직, 축재(蓄財) 등을 운에 기대어보려는 일을 자주 갈망합니다. 심지어는 점집을 찾아가 위로를 받으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행운(幸運)이라는 말이 성공했을 때의 단어가 되기도 합니다.

運이란 말은 軍과 走(주)의 합성어입니다.

走는 “이동한다.” 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運(운)이란 말의 진의는 군대가 이동한다는 말이니, 잘 생각해 봐야 할 말인 것 같습니다.

군대는 엄격한 규율에 의해 통제되고 행동하는 집단입니다.

그러니 군의 이동에는 질서정연한 어떤 규칙에 의한다 하겠지요.

따라서 운은 어떤 법칙적인 규칙에 의거해서 움직이는 것이라 봐야 할 것입니다.

정화수 떠놓고 빈다고 운이 막 들어오는 것은 아니란 뜻이겠지요.

따라서 사람들이 원한다고 해서 운이 들어오는 것은 아닙니다.

운은 들어오는 때와 시간이 있을 것입니다.

예로부터 사람은 일생에 3번 큰 기회가 온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이 기회라는 것이 운을 이야기하겠지요.

그러나 그것을 받을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 운만 들어오면 뭐하겠습니까.

눈앞에 놓인 금은보화를 놓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사람의 의지와 운이 합해질 때 결과가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감나무 밑에 누워 아무리 입 벌리고 있어도 입에 쏙 들어갈 확률은 아주 낮을 것입니다.

떨어진 감을 손을 뻗어 주워 입에 넣는 노력이 있어야겠지요.

그래야 감 맛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도 개인차가 있을 것입니다.

운에도 왕후장상이 되는 큰 운도 있고, 그냥 12평짜리 아파트 하나 간직하는 꿈을 도와주는 작은 운도 있을 것입니다.

아마 이것은 전생, 전 전생....그가 이 세상에 몸을 타고 나온 수백 생의 행적에 따라 현생(現生)에서 나타나겠지요. 인연과 윤회가 엉겨 붙어 현생에서 그의 운도 결정되겠지요.

또 누구는 운 좋게 붙고 누구는 운이 없어 떨어지고 하니 여러 사람에게 꼭 같은 시간에 운이 오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언젠가는 떠나야 할 그 운이 머무는 시간도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그가 받은 행적의 성적표 따라 운이 오는 시점도 달라지겠지요

유복이니 박복한 사람이니 하며 복(福)을 들먹이는 사람도 많습니다.

福(복)은 運(운)이 편들어 나온 결과입니다.

운을 받아야 복을 얻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무리 밤잠 설치며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검토에 검토를 거듭 하여 실행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설렁설렁 결정하여 일을 벌여도 성공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모두 운이 작용하느냐 아니냐의 결과일 것 같습니다.

운이 들어올 때는 머리가 맑아져 그냥 아무렇게나 결정하고 실행해도 성사가 되지만, 운이 떠나고 난 뒤에는 일의 성사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습니다.

우리네 삶이 이렇게 우리 의지와는 상관없이 운이니 복이니 운명이니 하는 우리가 잘 알지도 보지도 못하는 요인에 의해 좌우되기도 하니 세상 살아가는 일이 힘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수의 사람을 좌절하게 하는 요인 중의 하나가 바로 운이라는 단어일 것 같습니다.

중국 명나라 태조 주원장이 누구입니까?

그는 우리나라 사람입니다.

경남 진해 웅천 천자봉 아래서 태어난 사람입니다. 그 산 이름이 왜 천자봉일까요. 천자가 태어난다는 계시를 실현하기 위해 누군가가 천자봉이라 했겠지요.

그는 가장 하층민인 걸인이었습니다.

그것도 7대째 구걸로 삶을 이어온 집안에서 태어난 것입니다.

그러나 천자의 운을 받고 태어난 사람입니다.

어릴 때부터 나는 장차 천자가 될 것이라 큰소리치고 다녔다 합니다.

걸인에다 그런 소리를 거리낌 없이 내뱉으니 미친놈 취급을 당했겠지요.

천자의 운을 받고 태어났지만, 그는 처음부터 천자의 호사는 누리지 못했습니다.

엄청난 시련을 겪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비로소 대륙의 천자가 된 것입니다.

운만 받았다고 일이 술술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 사람의 의지가 작용해야 합니다.

14살의 주원장은 천자의 꿈을 안고 걸식을 하며 5년 만에 중국 땅에 발을 디뎠습니다.

거기서도 그 넓은 중국대륙을 걸식하며 떠돌다 유기(劉基)의 눈에 띄게 되었지요.

거지에게서 천자기운이 붙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본 유기도 예사 인물이 아니지요.

그리하여 유기 밑에서 교육을 받고 유기의 도움으로 천자에 등극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도 결정적인 순간 운의 도움을 받은 여러 숨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물론 운과 관계없이 사람이 지극정성으로 노력하면 극히 드물게 하늘이 감동하여 일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차원을 달리하는 어떤 공간에서도 예외라는 것은 존재하니까요.

어둠 속에도 우리가 그리고 싶은 가치를 지닌 여백은 있는 법입니다.

그러나 운과 정성과 노력이 결합할 때는 엄청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 해야 할 것입니다.

신학기 초가 되면 학생들에게 오답 노트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 노트에는 여러분의 가장 큰 결점만 들어있을 것이니 그 결점만 없앤다면 수능시험서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고 조금은 과장하여 이야기했습니다.

그리하여 내 반 애들에게는 의무적으로 오답 노트를 만들게 하고 번거롭지만 매월 검사를 하였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치는 모의고사나 중간고사 기말고사에서 틀린 문제만 골라 노트를 작성하면 그리고 그 문제의 바른 답을 찾는다면, 그러한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어도 두 번 다시는 실수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뼈아픈 아픔을 겪고 난 뒤의 학습효과겠지요.

꼼꼼하게 작성하여 공부한 애들은 그래도 재미를 보았다는 이야기를 해오곤 했습니다.

우리네 인생도 성공도 있고 뼈아픈 실패도 겪겠지요.

그 실패에 좌절하지 말고, 실패에 대한 기록을 쭉 남겨본다면, 실패한 원인과 대비책에 대한 새로운 공부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상황과 운이 어떻게 작용한 것인지에 대한 답도 찾아본다면 두 번 다시는 그러한 실패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운이 어디쯤 와 있는지 혹은 언제쯤 그 운이 떠나버렸는지 알기는 무척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가 해나가는 일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운이란 것이 작용한다는 것을 안다면 일의 실행에 신중해질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일의 도모에 커다란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용한 시간에 비운 가슴으로 운이 오는 소리를 들어보면 재미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