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편집국장

‘샘이 깊은 물’과 ‘뿌리깊은 나무’의 잡지를 아시나요? 한창기 선생을 아시나요? 이 말은 지식인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어쩌면 순천사람의 문화를 일깨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최초의 잡지를 발행하고 한국 브리테니커 회사를 창립, 경영했었던 순천 출신 한창기 선생의 삶을 상기하는 대목이다.  

한창기! 그는 우리나라 문화계의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그는 유년 시절부터 문화인의 삶을 걸었었다. 특히 사람을 기억하고 되살리는 독특한 방식으로 우리네의 삶을 넘나들었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그의 업적과 삶을 잘 모르고 있는 듯하다. 

한 지식인은 자신이 청춘이던 1984년 ‘샘이 깊은 물’ 이라는 잡지가 주는 매력에 흠뻑 빠졌던 기억이 새롭다고 했다. 그는 ‘샘이 깊은 물’의 잡지는 우리 문화사에 뚜렸한 업적을 남겼다고 했다. 따라서 그는 한창기의 삶과 행적을 돌아본 추모글을 모아서 특집을 만들었다고 한다. 

한창기 선생, 그는 몇 세대 앞선 선진적 업적을 남긴 언론출판인이며, 문화재 수집가, 재야 국어학자, 직판 세일즈맨 제1세대를 조직하고 훈육한 시대의 인물이다. 그는 한국어와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애착을 보였었다. 그는 전통 생활문화를 새롭게 되살리는 일에 열정을 바쳤었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나라 각 지방의 토박이 언어를 민중의 삶과 함께 책으로 남겼었고, 판소리와 민요를 음반과 책으로 집대성했다. 그가 떠난 지 11년째가 되는 2008년 1월에 특집! 한창기가 발간됐다. 이 책은 사진가 강운구, 전 ‘뿌리깊은 나무’ 편집장 윤구병과 김형윤, 전 ‘샘이 깊은 물’ 편집장 설호정, 디자이너 이상철 등 뿌리 깊은 나무 사람들이 엮었다. 게다가 이 책에는 두 잡지사의 기자, 편집위원, 그리고 필자로 참여했던 많은 이들이다, 아마도 이 땅의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창기와 통했던 사람들일 것이다. 또 이런저런 사연으로 그와 우정을 나누었던 59명이 필자가 참여했었다.  

‘뿌리깊은 나무’ 잡지는 1976년부터 1980년 신군부에 의해 폐간되기까지 5년 남짓 발간됐었다. 우리나라 최초 순수한글 전용, 가로쓰기를 선언한 잡지로 세인들의 인기를 끌었었다. 특히 한창기 발행인은 창간사에서 ‘우리 문화의 바탕이 토박이 문화’라며, ‘토박이 문화가 역사에서 얕잡힌 숨은 가치를 펼치’겠다고 했다. 그는 한류를 예언했었다. 우리 한글과 문화의 가치를 예견한 선구자였다.  

“순천시립 뿌리 깊은 나무 박물관”은 낙안읍성에서 도보로 약 5분 정도 거리에 있다. 한창기의 유물 6,500여 점을 비롯해 전통문화 중심으로 비치됐다. 옛 집무실을 재현하고, 옷가지와 생활용품, 친필 원고 등의 유품들이 전시됐다. 시선을 끄는 건 ‘뿌리깊은 나무’ 전권. 호별로 전시 중인데 각호는 표지만으로 단숨에 시선을 끈다. 

박물관 건물 맞은편에는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인간문화재) 백경 김무규의 고택 수오당이 자리하고 있다. 수오당은 영화 ‘서편제’에 등장했다. 영화‘서편제’에서 백경 김무규가 실제로 거문고를 연주했다. ‘서편제’의 주인공 유봉 역을 맡았던 김명곤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뿌리깊은 나무’의 기자이기도 했다. 수오당 옆은 야외 석물 전시장이다. 목이 없는 석불과 옥개석만 올려놓은 석탑 등이 역사성을 엿보게 한다. 

잠시 휴관에 들어갔었던 ‘순천시립 뿌리 깊은 나무 박물관’이 새 단장을 하고 지난달 31일, 재개관했다. 시, 공간을 초월한 ‘한창기 소장품’ 60여 점이 추가 전시됐다. 한창기 선생이 평생 모은 유물 6,500여 점을 보관, 전시, 연구하는 박물관으로 시대와 역사성을 구분했다. 더욱이 조선시대 한글, 고전소설, 근, 현대 생활 민속품 등 시, 공간을 초월한 다양한 유물이 전시돼 있다.

수장고에 잠들어 있는 박물관 소장품의 활용도를 높였다. 상설전시실 초입에 있는 삼국시대 토기 전시 공간을 삼국시대 토기, 고려 시대 청자, 고려 시대 후기~조선 시대 초기 분청사기, 조선 시대 백자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전통 그릇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으로 재구성 했다. 

이 외에도 조선 시대 우리나라의 모습을 담은 고지도와 예로부터 부귀를 상징했던 모란을 담은 조선 시대 민화도 추가로 선보인다.  

김서하 낙안읍성 지원사업소장은 “날로 변천하고 있는 문화 속에서 우리의 전통문화를 고이 간직하고 계승해야 한다.”며 “낙안읍성과 함께하는 ‘순천시립 뿌리깊은 나무 박물관’이 새롭게 단장돼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고 했다. 

필자 역시, 낙안읍성 내 초가에서 10여 년을 살았지만 ‘순천시립 뿌리 깊은 나무 박물관’과 ‘한창기 선생’의 업적을 자세하게 알지는 못했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사랑하고 역사성을 지닌 ‘뿌리 깊은 나무 박물관’에 더욱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홍보할 예정이다. 

그렇다. 낙안읍성과 함께 하는 뿌리 깊은 나무 박물관은 순천시와 시민들의 자랑거리다. 낙안의 자존심이며 순천의 자랑이고, 대한민국의 자랑거리다. 지구촌 곳곳에 널리 알려야 함은 물론 관리보존도 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