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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을 지키는 문인의 길 / 김용수 편집국장
2012-12-30 오전 12:17:21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27

     

    가을의 끝자락이다. 움막집 가는 길목에는 늦가을 단풍잎들이 하나 둘 흩날리고 있다. 


    은행나무와 단풍나무는 가을의 전령사처럼 노랗고 붉은 이파리를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다. 게다가 이름을 알 수 없는 잡목과 잡풀들은 단풍보다도 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려 군락을 이루고 있다.


    순천시 상사면 노동 길, 일명 아리랑 길에 접어들면 출렁이는 상사호수가 작은 파문을 일으키고 새소리 물소리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만이 정적을 깨는 듯하다. 아니 가끔씩 떨어지는 단풍잎들의 자태와 바람에 날려 구르고 구르는 낙엽들의 행렬은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늦가을 풍광의 극치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꾀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심신이 지쳐있는 도시민들에게 사색하면서 걸을 수 있게끔, 조용하면서도 운치 있는 길이다. 게다가 서민들에게 필요한 갖가지의 임산물이 주변에 널려 있어 삶의 활력소를 불어 넣어 주는 길로 서민들과 연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어쩌면 이 길은 아리랑 길 보다도 문인들에게 잘 어울리는 문인의 길인 것 같다. 늦가을 정취를 느끼면서 사색하며 갈 수 있는 길로써, 뭔가를 안 쓰고는 못 베길 문인들의 고뇌가 도사리고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문득 동아리라는 단어가 뇌리를 스친다. 강남문학이라는 동호회의 나이테가 20년에 이르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20년이면 강산이 두 번 변했을 것이다. 작품도 사람도 모든 것이 변해버린 세월동안 오직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강남문학회원들의 양심일 것이다. 


    언제나 강남문학회원들은 마음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위하고 인성의 마지막 보루인 양심을 속이지 않는 문인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왔었다. 특히 작품합평회에서 작품에 대한 지적으로 자존심이 뭉개지고 감정대립의 시간들이 있었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제자리로 돌아와 형제같이 살아온 20년의 연륜이다.


    사람이 자신을 성찰하는 최소한의 잣대는 양심이다. 루소의 「에밀」은 인간의 본색인 양심을 “신성한 본능, 불변의 하늘의 소리”라고 적고 있다. 양심이란 어렵게 풀이할 것 없이 바르고 어진마음 그 자체다. 또 세상의 시비와 선악을 객관적으로 분별할 수 있는 마음의 가늠자이기도 하다. 어떤 비양심적인 사람도 양심은 있다. 그들은 양심을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사람은 어느 누구나 자신의 존재를 내세우고 싶어 한다.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활동부터 여러 가지의 활동을 하다보면 양심을 속이는 행위를 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위정자들의 활동은 비양심적인 행위를 많이도 한다. 그것은 자신의 영달을 위한 표밭관리와 인기몰이에 급급한 나머지 양심의 가책을 받는 행위를 자행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학인은 자신의 사회적 책무와 도덕적 규범을 그 누구보다 성찰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때문에 문학인 스스로는 자신의 가식, 기만 등 편견을 버리고 양심에서 우러나오는 행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 문인들의 행각이 정치색을 띠고 있다고 한다. 즉, 문단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에서부터 흘러나오는 그릇된 문단정치가 지방까지 파고들어 어느 계파를 중심으로 줄서기에 급급하고 있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작품에 몰두해야할 문인들이 명예와 인기에 영합되어 양심까지 속이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솟지 않을 수 없다. 명예와 인기를 중시한다면 차라리 정치판이나 연예계로 나가서 활동하는 것이 자신에게 더욱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인간성의 마지막 보루인 양심을 지킬 줄 아는 문인의 길을 걷기가 쉽지만은 않는 것 같다. 부질없는 욕심이 가득 찰 때는 움막집 가는 길목, 상사면 노동 길을 찾는다. 그 길은 대자연이 연출한 도덕과 윤리창고이며 양심을 비추는 길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욕심이 찰 때면 언제나 욕심그릇을 비울 수 있는 문인의 길, 참살이 길이다.


    아무튼 이 길목에 들어서면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은 행동을 해야 할 것과 욕심을 비우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2-11-26 10:06 송고 2012-12-30 00:17 편집
    양심을 지키는 문인의 길 / 김용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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