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수 편집국장
맑고 푸른 여름밤! 그 밤을 상기하면서 즐기는 시간들이 알차기만 하다. 순천시민들은 청렴을 상징하는 팔마정신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니다. 한없이 푸르고 맑은 시민들의 마음을 여름밤으로 승화시킬 것이다.
팔마정신을 계승하고 밤의 문화를 즐기는 순천시민들의 여름밤은 뜨겁기만 하다. 향동과 매곡동 그리고 문화의 거리 일원에는 밤 문화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무더위도 식힐 겸, 행사장으로 향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가볍다.
‘팔마야(八馬夜), 청하야(淸夏夜)’를 읊조리며 행사장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에서 지난 역사를 읽을 수 있다. 어쩌면 그날의 역사가 아름답게 비추어 지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잠시, 팔마비의 유래를 더듬어 볼까 싶다. 고려말 승평부사 최석의 청렴함을 기리기 위해 승평부(지금의 순천)의 읍민들이 건립한 비석이다. 정유재란 때 훼손되었다가 1617년 순천부사 이수광이 다시 건립해 현재까지 전해진다. 순천지역을 대표하는 중요한 유물로서 2021년 국가지정 문화재(보물)로 지정돼 역사, 예술, 학술 가치를 인정받았다.
최석 부사! 그의 청렴성은 오늘날의 거울이 되고 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팔마정신은 사회적 교훈으로 살아있는 것이다. 공직자와 기업가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청렴의 이미지는 승화되어야 한다. 청렴성이 결여된 사회는 부정과 부패만이 득실거리고 썩어 문드러지는 사회로 전락될 것이다.
고려 때, 승평부(지금의 순천)의 풍속에 따르면 수령이 갈릴 때마다 반드시 말을 주었다. 부사(府使)는 8필, 부사(副使)는 7필, 법조(法曹)는 6필씩 마음대로 골라가게 했다. 관리의 임기가 3년이면, 3년마다 돌아오는 행사였다. 말 1필이 지금의 자동차 1대의 값으로 계산해 보면 실로 어마어마한 백성들의 부담이다.
최석 부사가 임기를 마치고 돌아가게 되자 관례에 따라 고을 사람들이 말을 가지고 와서 부사에게 좋은 말을 고르기를 요청했다. 최석은 “개경까지 (식솔과 세간 살림살이의 운송수단으로 사용) 가면 되지 말을 골라서 무엇 하겠느냐?”며 아무 말이나 골랐다. 개경에 도착한 후 그는 말 8필에다가 자신의 말이 낳은 망아지까지 9필을 다시 순천으로 돌려보냈다.
생각해보면, 그는 관례에 따른 ‘부의 축재’ 기회를 과감히 거부한 것이다. 단지 운송수단으로써만 ‘잠시 빌린 후' 다시 그 지방민에게 원위치시켜 준 것이다. 즉, 잠시 빌린 사용료를 자신 소유의 말(망아지) 1필로 승평 읍민들에게 되돌려 준 것이다.
그 당시 수준으로 보면, 참으로 놀라운 발상의 전환이었다. 후대에 백성과 관료 전체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관료들에게는 백성들에 대한 예의와 청렴성의 기준을 높여 주는 잣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팔마의 밤과 맑고 푸른 여름밤을 상징하는 ‘제41회 순천팔마문화제’ 와 ‘야행’의 행사가 열렸다. 순천시민들의 자긍심이며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옛 선인들의 발자취를 더듬고 그들의 행적을 찾는 고귀한 행사다. 더욱이 무더위 속에서도 청백리의 정신을 잃지 않으려는 시민들의 맑고 푸른 마음이 여름밤을 수놓고 있다.
외지인들도 이 행사를 지켜보면서 “팔마정신을 알게 됐다.”며 순천의 여름밤은 선비정신과 함께 황홀한 문화예술을 펼치는 무대가 되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번 순천팔마문화제는 ‘애민과 청렴’의 팔마정신과 정원문화에 색을 입혀 문화 콘텐츠로 새롭게 도약하는 문화도시 순천의 미래를 알리기 위한 문화축제로 기획됐다.
‘청렴’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접목해 풍성한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를 제공하며, 모든 연령대의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맑고 푸른 한여름 밤의 축제로 무르익었다.
시대적 변화에 따른 지역예술인의 세대별 타깃으로 감성재즈 클래식, 댄스, 대중가요 공연과 청렴 과거시험, 드로잉 아쿠아, 청렴이 마리모 키우기, 한지등 만들기, 전통혼례 체험, 문화 예술투어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게다가 문화유산과 건축의 만남으로 향동과 매곡동 일원에서 열리고 있는 ‘야행’ 행사도 예외는 아니다. 시민과 관광객들이 어우러진 축제 마당으로 환희의 분위기였다. 밤에 비춰보는 유산(야경), 밤에 걷는 거리(야로)를 비롯해 밤에 듣는 역사 이야기(야사), 야화, 야설, 야식, 야시, 야숙 등 다채롭게 펼쳐 졌다.
행사를 추진했었던 최미선 문화예술과장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준비했으니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한여름 밤의 추억을 만들어 가시길 바란다.”고 했다. 게다가 최 과장은 “팔마정신과 순천시민들의 마음을 담은 이야기와 유물유적들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처럼 순천의 여름밤은 맑고 푸르다. 싱싱한 청포도를 한알 한알 깨무는 게미가 있고, 순천월등 복숭아를 살근살근 씹는 별미가 있다. 무더운 순천의 여름밤이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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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08:14 송고
2024-08-19 08:16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