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편집국장
조선시대를 연상케 하는 낙안읍성, 그곳에는 초가를 비롯해 우리의 전통문화예술이 보존과 함께 전승되고 있다. 하찮게 생각하는 흙과 돌, 그리고 토담과 돌담에 이르기까지 역사와 전통문화예술성을 지니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특히 판소리를 비롯해 국악, 민요 등 유,무형문화를 계승하면서 수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는 곳도 낙안읍성이 아닐까 싶다.
조선시대 개혁도시로 조성된 낙안읍성, 그곳 성안에는 유일하게도 주민들이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주민들은 낙안읍성에 얽힌 전설과 풍습 등 적잖은 옛이야기를 심심풀이로 늘어놓고 있다. 토성을 쌓았다는 김빈길 장군과 석성을 쌓았다는 임경업 장군 이야기를 시작으로 전통예술에 이르기까지 역사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삶 소리인 판소리에 관해서는 낙안읍성을 빼놓을 수 없다. 송만갑 명창을 비롯해 박봉술 명창과 김소희 명창 송순섭 명창 그리고 가야금병창의 오태석 명인 등이 낙안읍성과는 밀접한 관련설이 있다. 특히 송만갑 명창과 오태석 명인이 살았다는 초가집은 지금도 낙안읍성에 오롯이 남아있으며, 그들의 흔적을 지울 수 없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낙안읍성을 다녀가면서 우리고유의 전통예술문화를 보고 느낄 것이다. 옛 것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과 선인들의 발자취 등이 여과 없이 방증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현대인들이 선호하는 빠름의 시간공간에서 느림의 시간공간도 느낄 것으로 본다.
어쩌면 유형과 무형의 문화가 상존하면서 전통예술의 문화와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읍성으로는 낙안읍성을 들추지 않을까 싶다. 읍성 내부도 금전산을 배경삼아 낙안평야를 바라보면서 관아와 민가를 조성했다. 또 연못과 골목의 배치, 석구와 해자 등 수많은 전통문화와 예술을 엿 볼 수 있다.
벌써 20여년의 흘렀다. 낙안읍성 초가에서 생활하고 예술 활동을 펼쳤었던 필자의 행적이 떠오른다. 필자에게는 그 자체가 추억이었고 행복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의 문턱에서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었기 때문이다. 낙안읍성안길 23번지 초가집에 거주하면서 연필로 쓴 시화를 전시했었던 그 시간이 생생하다. 아담하게 가꾼 초가정원 곳곳에 연필로 쓴 필자의 자작시와 효봉 고진우의 그림을 빨래 줄처럼 걸어두고 관광객을 맞이했었던 그날의 추억이 그립다. 문학에 관심 있는 관광객은 필자에게 격려의 말과 함께 소정의 촌지까지도 기부해주었던 기억이 새롭다.
당시, 필자가 살았던 초가집에는 문인은 물론 화가와 예술인들이 많이도 다녀갔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송수권 시인과 송준용 수필가의 추억담은 잊을 수 없다. 두 문인은 필자의 초가집에서 숙식을 하면서 시와 수필을 창작했었다. 까만 밤의 적막감을 느끼면서도 낙안읍성의 정취를 그렸었던 두 문인의 애환을 지울 수가 없다. 가끔 필자는 두 문인과의 추억담이 뇌리를 스치곤 한다. 그때마다 시상을 떠올리고 한편의 시를 쓰는 습관으로 번진다. 아마도 두 문인의 작품은 고전으로 남지 않을까 싶다.
또 송순섭 명창과 필자와의 관계도 낙안읍성에서 처음 대면했었다. 컬컬한 목소리로 적벽가를 부르는 송 명창의 모습에서 감탄사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를 알고부터 동편제와 서편제를 알았고 판소리의 역사를 더듬기 시작했었다. 일 고수, 이 명창의 관계도 알 수 있었으며, 다섯 마당의 판소리도 읽었었다. 심청가, 흥부가, 춘향가, 수궁가, 판소리는 우리의 삶과 연결된 소리였었다. 게다가 적벽가는 중국의 삼국지에서 비롯된 역사를 보는 듯 했다.
지난 주말이었다. 송순섭 명창의 판소리와 예향예술단의 공연이 있었다. 첫날 11일에는 국가무형문화재인 송순섭 명창의 판소리 공연을 비롯해 낙안읍성 판소리 보존회의 무용, 창극, 민요 등을 공연했었다.
송 명창은 한국 전통음악계에서 높이 평가받는 예술가로, 우리 민족의 삶과 정서, 그리고 예술혼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판소리를 현대에 전승하는 중요한 역할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공연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이수자인 김양남 씨와 제19회 전국 고수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이낙훈 씨를 비롯해 수준 높은 예술단원들이 공연했었다.
두 번째 날 12일에는 이웃사랑 실천회(예향예술단)의 "전통이 꽃피는 낙안" 공연이 진행됐었다. 이날 공연에서는 태평무, 진도북춤, 판소리, 춘향가, 남도민요, 육자배기 등 다양한 전통 예술을 선보였었다.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과 정취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선사했었다.
참고로 예향예술단은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이며 살품이춤 이수자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김덕숙」씨와, 제30회 목포 전국 국악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김보곤」씨 외 문화체육부 장관 수상자 등 전국대회에서 인정을 받은 단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손정순 낙안읍성지원소장은“이번 공연을 위해 노관규 시장을 비롯해 관계부서와 예술인들이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다.”며“앞으로도 전통문화예술의 계승과 보존을 위해 더욱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시관계자는 “판소리는 삶의 희로애락과 시대적 정서를 음악으로 표현해 모든 계층이 두루 즐겼던 민족고유의 소리”라며 “오랜 세월 가꾸어 온 전통음악이 보존, 전승돼 명맥이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처럼 낙안읍성과 전통예술문화는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으며 삶의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 삶의 희로애락과 함께 시대적 정서를 음악으로 표현하면서 서민문화를 예술로 승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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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06:27 송고
2024-05-13 06:28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