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변환_2011년11월%2030일%20001
나는 지난 여름방학 때 친구들과 함께 병원으로 봉사활동을 갔다. 우리가 간 곳은 할머니들께서 계시는 병동이었다. 봉사를 해야 할 병실에 들어가 보니 빼빼 마르신 할머니 5분만이 계셨다. 우리 할아버지께서도 아무도 없는 마당에서 개한테 밥을 주시다가 넘어지셔서 골반 뼈가 부러지셨다. 우리 할아버지께서 연세도 많으시고 핼액형도 RH-O형이셔서 수술은 힘들다고 해서 요양 병원으로 병원을 옮기셨는데 할아버지가 계셨던 병실과 비슷하였다. 긴 철창과 썰렁한 침대, 노인에게서 나는 특이한 냄새까지도.
그러나 병실에 들어가서 되도록 예의바르고 밝게 인사를 드렸다. 그랬더니 할머니들께서 마치 친손녀를 대하시듯 친근하게 나를 맞이해 주셨다. 인사를 드리고 할머니들께서 다리를 주물러 달라고 하시기에 다리를 주물러 드렸다. 마치 돌아가신 우리 할아버지의 다리를 주물러 드리는 기분이 들어 더 열심히 다리를 주물러 드렸다. 비록 팔이 조금 아프긴 했지만 정말 열심히 주물러 드렸다. 그리고 할머니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뉴스도 보았다.
하지만 초면인지라 할머니들께서 아무리 친근하게 대해 주셔도 나와 친구들은 어색해했다. 할머니들이 시끄러우실까봐 친구와도 소곤소곤 말하고, 멀리서는 입모양으로 대화했다. 그리고 최대한 할머니들께 피해를 주지 않도록 조심조심 행동했다. 반면 할머니들께서 나와 친구에게 어느 학교에서 왔냐고 물어보시고 나이도 물어보시고 언제 가냐는 말을 친근하게 물어오셨다. 할머니들의 손녀, 손자들의 이야기도 해주셨다. 몇 살이며 어디에 사는지, 무엇을 좋아하며 잘 먹는지, 몇 월이 생일인지 등 등 내가 별로 알고 싶어 하지 않은 여러 가지를 소소한 것들을 말해주셨다. 그런데 이 말씀을 해 주실 때에 할멈니들의 표정은 마치 손자와 손녀가 옆에 있는 듯 행복한 표정이셨다. 그런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니 내가 할머니들의 소녀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할머니들께서 내 손을 잡고 어루만져 주시며 “아이고 내 새끼들”하면서 말씀을 하시는데 정말 친할머니 생각이 나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할머니들께서 과자도 주시고 바나나도 주셨다. 할머니들의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것 같아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할머니들께서는 우리가 다리를 주물러 드릴 때에도 우리가 팔이 아프고 힘들까봐 그만하라고 하셨다. 봉사가 거의 끝나갈 때쯤에도 힘드니까 빨리 가도 된다며 담당자에게 시간을 채워주라고 말씀해 주신다고 했지만 우리는 마음을 다해 말벗을 해드리고 재미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할머니의 그리운 마음을 듣고 손녀처럼 잘 대해 드리고 왔다.
처음 본 사이라 어색하기도 하고 말도 잘 못하고 쭈뼛쭈뼛 일도 별로 안한 것 같지만 정말 우리 친할머니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도와드렸다. 처음에는 학교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려고 갔는데 봉사를 할수록 할머니들이 우리 친할머니처럼 느껴져서 헤어지기가 아쉬웠다. 내가 낯을 가리지 않고 붙임성도 좋았으면 할머니들께 더 열심히, 더 잘해드릴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또 봉사를 가게 된다면 그때는 더 잘해야겠다. 할머니들께 말도 먼저 걸어드리고 말씀하시기 전에 알아서 미리 먼저하고, 심심하지 않으시도록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드려야겠다. 이제부터는 학교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려고 하려는 봉사활동이 아닌 마음을 위로해 드리는 봉사활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2-03-12 09:5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