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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이곡의 배꽃 길에서 김용수
2023-04-07 오후 10:27:39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김용수  편집국장


     

    하얗게 희푸르게

    피어나는 배꽃은

    달님도 시샘하는지

    푸르스름한 달빛마저

    배꽃을 찾아들고

     

    밤잠을 설치는

    여인네들 옷차림은

    보름달을 닮고 닮아

    아리따운 곡선미를

    자랑삼아 선보이고 있다

     

    배꽃 피는 깊은 밤

    푸른 달빛 머금은 배꽃 아래서

    알몸으로 만나자던 팔팔청춘들

    익어가는 몸매상상조차 했을까

     

    두어라! 배꽃마냥 싱그러운 사람을

    보아라! 배꽃마냥 새하얀 그 사람을

    잡아라! 배꽃 닮은 희푸른 사랑 빛을

     

    봄기운 맞이하는 종달새마저

    배꽃 찾아든 달빛을 쪼아 물고

    정겨운 님 소식도 물어 나르는

    새하얀 배꽃 길

    그 길에는 추억별이 뜨고 있다

    (필자의배꽃 길전문)

     

    배꽃 피어나는 밤이면 배꽃 길을 거닐고 싶다던 여인네들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들은 하얗게 피어나는 배꽃과 푸르스름한 달빛을 좋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다. 그립고 그리운 사람, 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왜냐하면 달빛 찾아든 배나무 밭에는 무수한 생명체가 태동한다고 한다. 하나의 생명체가 태동할 때 발산하는 에너지의 양은 엄청 크다고 한다. 아마도 사랑의 에너지가 아닐까 싶다. 특히 여성들에게 알맞은 음성 호르몬이 축약돼 있을 뿐 아니라 이성을 그리워하는 촉매제도 있는 성 싶다.

     

    이런 맥락에서 낙안이곡의배꽃 길 뚤레뚤레 걷기를 상기해 본다. 낙안면민들이 주최가 되어 진행하고 있는 이 행사는 참으로 특이한 행사가 아닐 수 없다. 대자연의 오묘함을 통해 인문학을 느끼게 하는 아주 소중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도 역사공부와 천문지리를 통해 인간애는 물론호연지기의 철학을 배우는 체험학습이다. 남녀노소 누구를 막론하고 참여하는 사람에게 중식과 선물을 순천교육청이 제공한다. 어쩌면 배꽃 길을 뚤레뚤레 바라보면서 걷는다는 것은 즐거움을 떠나 행복의 도가니가 아닐 수 없다.

     

    어느 시인의 이야기다. 고요한 시골의 지붕 위를 지나가는 밝고 얼음보다 차가운 빛이 집안에 스며들면 방문을 열고 달을 바라보았다. 그 처연하듯 차가운 달빛은 봄을 향하여 가는 봄바람 같은 것이었다. 봄이 되어 봄바람에 쌓이고 섞여 배꽃을 더욱 하얗게 밝혀준다는 이조년의 평시조,‘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를 읊조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다. 배꽃과 달빛의 관계마냥 우리들의 감정도 오르락내리락하며 살아갈 것이다. 달빛이 배꽃을 타고 흘러내리듯 우리네 삶도 대자연의 한 자락에서 숨 쉬고 있을 것이다. 더욱이 배꽃 피는 과수원의 시골생활에서 느끼는 감정은 남다를 것이다. 뽀얗게 일으키는 먼지마냥 지난 이야기들이 움츠리고 있을 것이다. 그 이야기가 기지개를 펴고 일어나는 날은 추억의 골짜기를 헤매고 있을 것이다. 추억은 아름답게 새록새록 피어날 것이다.

     

    벌써 20여 년 전이 지난 일이다. 배꽃이 한창일 때다. 필자도 배꽃에 반해 이곡 용능 마을 선배님 집에서 김남태 아우와 함께 폭주를 했었다. 사람내음 나는 사람들끼리 모여 앉아서 배꽃과 달빛이 어울리듯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웠었다. 게다가 아내가 운전하는 승용차 안에서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은 삼경인제라는 이조년의 시조까지 읊은 적이 있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곡마을에 처음으로 배나무를 심었던 안호영씨는 독립지사였다. 그는 1919년 천도교에서 포교활동을 했다. 손병희 선생의 밀령을 받아 향리에 내려와 독립선언서와 각종 밀서를 전달, 낙안 3.1만세 운동을 일으켰었다. 현재도 그의 가옥은 원형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배꽃 길 뚤뚤레 걷기 행사코스를 살펴보자. 1지점(형설서점) 2지점(배꽃 피는 마을) 3지점(배꽃 피는 길) 4지점(아이스 크림) 5지점(포토존) 6지점(노암 큰샘) 7지점(반환점) 8지점(신기 우사각) 9지점(정자) 10지점(샛길)이다.

     

    나들이는 순천으로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봄나들이부터 겨울나들이까지 사시사철 순천은 푸른빛으로 하얀 빛을 잃지 않고 있다. 도시정원에서 가정정원에 이르기까지 순천의 정원은 끝이 없다. 보이는 그대로가 정원이다. 대자연을 간직한 순천은 자연의 축소판이 아닐 수 없다. 순천에 오면 낙안이곡 배꽃 길도 걸어 보기를 . . .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23-04-07 22:26 송고 2023-04-07 22:27 편집
    낙안이곡의 배꽃 길에서 / 김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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