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편집국장

흔히 사람들은 아름다운 사물이나 풍경을 표현할 때, 그림 같다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어쩌면 그림처럼 아름답고 이상적인 예술은 없을 것이다. 선과 점 그리고 색채를 이용해서 모든 것을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특이한 예술이다. 그렇다. 사람의 감정을 움직여 상상력까지도 구체적인 모양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 그림이 아닐까 싶다.

이런 맥락에서 순천의 그림책도서관의 역사를 더듬어 볼까 한다. 순천의 최초 도서관이었던 중앙도서관은 구도심 공동화에 따른 이용률 감소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은 다름 아닌 순천에는 없는 미술관을 향한 시민들의 관심 바람이었다. 따라서 중앙도서관은 국내 최초의 그림책도서관으로 태어났다.

2014년 순천시립 그림책도서관(이하 “그림책도서관”)은 중앙도서관의 자리에서 기존 도서관의 틀을 벗고 그림책도서관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문을 열었다. 그림책을 통해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문화 공간으로서 도서관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며,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는 문화 명소가 됐다.

2024년 그림책도서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듯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면서 그림책 문화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 방증은 개관 이후다. 에릭 칼, 앤서니 브라운, 류재수, 이수지 등 국내외 다양한 작가의 그림책 원화 전시회와 그림책 인형극, 전시 해설,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었다. 그 결과 전국적인 사랑을 받았다. 지금까지 26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다녀가며 그림책 문화확산에 크게 이바지했다.

게다가 순천 그림책도서관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그림책 원화를 수집하는 도서관으로 성장했다. 현재 213점의 원화를 보유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그림책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해 후대에 전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2017년부터 시작한 “내 인생 그림일기” 수업을 통해 글과 그림을 배운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란 책으로 출간된 그림책은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앞으로 더욱더 사랑을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더욱이 매년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참여할 수 있는 그림책 제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258종의 시민 그림책을 만들어 냈다. 어쩌면 그림책 작가를 꿈꾸는 이들을 양성하고 그림책 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잠시, 순천의 역사를 그림으로 그려 순천대 박물관에 기증했었던 김만옥 화백의 실화를 상기해 볼까 싶다. 그는 순천 출신으로서 문화와 역사 화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순천의 질곡 된 삶을 그림으로 그렸었다. 그리고 순천의 역사와 문화를 1618년대에 승평지로 기록했으며. 아름다운 자연과 훌륭한 인물들을 그렸었다. 또 설화와 전설을 서책으로 기록에 남긴 장본인이다.

호는 매천으로 1,000일의 준비와 6여년 기간 동안 순천역사 흔적과 조상들의 삶을 따라가며 그렸었다. 순천문화와 역사를 화폭에 담는 대작을 완성한 화백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매천 김만옥 화백은 ‘순천의 문화와 역사를 그림으로 그리기는 매우 힘들었다“며 ”순천 지역민들이 살아온 삶의 흔적과 역사적 고증이 어려웠다’고 했다. 게다가 그는 순천시 문화건강센터 전시실에서 그림으로 보는 역사 순천의 출판기념회도 가졌었다.

한마디로 순천지역은 특색이 있는 곳이다. 역사적으로 비추어 볼 때, 고려와 조선 시대에는 왜구의 침략에 맞선 백성들이다. 조선 개창 당시의 불사이군의 충절들로 인해 성리학의 발달과 고유의 학풍이 서린 곳이다. 7년여 왜란 속에서의 피어린 항쟁 등은 우리 조상들의 올곧고 치열한 삶이 가득한 지역이다. 따라서 훌륭한 인물들을 많이 배출했으며, 충, 효, 예의 근본을 보인 향학 고을이기도 하다. 근세의 농민항쟁과 일제 만행을 온몸으로 항거했었던 질곡된 삶이 있었던 곳이다.

오는 26일부터 그림책도서관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전시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도서관이 수집한 원화를 대중에게 최초로 공개하는 자리다. 네 개의 주제별 섹션을 통해 지난 10년간의 한국 그림책의 경향과 변화를 한눈에 보여준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수상자인 이수지 작가를 비롯해 폴란드 대표 그림책 작가인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등 국내외 저명한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도 전시된다. 이와 더불어 인형극 공연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될 예정이다.

향후 그림책도서관은 기존의 그림책 원화 및 자료 수집 기능을 넘어설 것이다. 순천 문화 콘텐츠 산업 성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도서관을 찾는 이들에게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소통과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순천이 세계적인 문화콘텐츠 기업과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문화산업의 메카로 발전하는 데에 그림책이 중요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무튼 ‘순천의 그림책도서관’은 문화산업의 메카로 순천시민은 물론 국민의 자산이 될 것이다. 문화와 역사를 사랑하는 선인들의 정신력을 근원으로 날마다 새로운 그림책도서관을 운영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