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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울밑에 선 봉선화 / 연규월
2011-09-10 오전 8:50:25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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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훗날, 세상 일 다 내려놓고
    키 작은 뒷산 소나무에
    아침햇살이 속사포처럼 퍼지는
    어느 촌가에서 쉼을 얻을 때에
    마당 오른쪽,
    볕 잘 드는 가장자리엔 대추나무를 심어야지
    그리고 왼쪽 가장자리 담 밑엔 울 엄마 미소를 닮은
    밤에도 환한 목 백일홍을 심을 것이며
    뒤뜰엔 올망졸망한 장독대를 만들어
    결 고운 햇살로 내 좋아하는 된장과 고추장
    그리고 사철 꺼내 먹어도 좋을
    무장아찌와 깻잎을 묻어 맛있게 익어가게 하리라

    봄이면 밥풀 같은 하얀 꽃이 피는 자두나무를
    마당 입구에 심어 빼곡한 울타리를 만들고
    담장너머엔 종이 금종을 닮은
    꽃이 예쁜 감나무와 향이 좋은 모과나무를 심어야지
    이른 아침 사립문을 열고 텃밭에 나와 앉으면
    강아지도 쫄래쫄래 나를 따라 나 올 것이겠고
    우수에 맞추어 뿌려 놓았던 열무며 아욱은
    애기손톱만한 눈을 깜빡이며 나를 반기리라

    어둑어둑한 여름 냇가에
    금세 눈먼 밤이 떠내려가고
    구들장에 나란히 누워
    이야기 나눌 벗 하나 찾아오는 이 없어도
    내 초가지붕을 내려다보는 해와 달, 그리고 별이 있고
    아무 때라도 문을 열면
    계절마다 풍경을 만드는 바람이 있어
    어느 눈 내리는 겨울밤,
    난 그곳에서 내 사랑하는 사람과 단둘이
    먹을 갈며 붓을 세울 힘만 있어도
    지겹도록 밤을 지새우며 그렇게 늦잠이 들어도 좋아라.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9-10 08:50 송고
    내 꿈은 울밑에 선 봉선화 / 연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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