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가을햇볕을 온 몸으로 받으며 
어머니 아버지 오빠를 뵈러
고향으로 간다

어린 날 어머니는
독하게 키워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유언을 남기고 하직하셨다 
그날 아버지는 심신이 워낙 약하고
말이 없는 나에게 기죽지 마라 오늘부터
아부지는 니 엄니고 친구니까
항상 니 곁에 있으마 하고 약속했다
나는 날마다 아버지 등짝에 꼬막껍질처럼
붙어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막상 아버지는
저승을 갈 때 차마 못 데리고 가겠다고
노자 돈까지 손에 쥐어주며 사과했다
오빠는 엄니 아부지 대신이라고
기쁘거나 슬프거나 함께 하겠다는 말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훌쩍 길을 떠나버렸다

오빠는 부모님
살아생전 효자였는데 
그곳에서는 전후사정이 어떠한지
세분이 항꾸네 계시니까 외롭지는 않은지
궁금해 하며 목적지에 당도했는데

억!
백억세계
주렁주렁 달려있는 감이 백억 개
반쯤 벌어져 있는 밤이 백억 개
호도보다 깨꼬소롬한 깨금이 백억 개
산소를 에워싸고 있는 국화꽃이 백억 개

엄니 아부지 오빠!
지구촌 식구들이 모두 몰려와서 먹고도 남을
이 많은 열매를 언제 키워놓으셨어요?
국화향기가 지천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것을
나는 내 고향 신산에 가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