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수 편집국장
봄볕이 완연하다. 순천만정원에서 지리산으로 밀어 올리는 봄바람은 훈훈하다. 육로와 철로 그리고 수로가 함께하는 섬진강변 길은 봄소식을 제일먼저 알리는 전령사다. 특히 구례구역에서 지리산을 바라보며 뻗어가는 섬진강 물줄기는 봄노래의 산지다.
봄은 숙녀의 치맛자락에서부터 온다는 말이 있다. 동천을 끼고 도는 강변길과 순천만 갈대밭으로 이어지는 국가정원은 벌써부터 여성들의 옷차림이 변하고 있다. 산뜻하고 가벼운 봄옷들로 색깔부터가 화사하다. 빨강 주황 노랑 파랑 색을 떠나 별의별 색깔들로 상큼한 봄을 맞이하고 있는 성 싶다.
어쩌면 올 봄은 소용돌이 속의 봄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코로나19 시국과 대선정국을 넘어야 하는 시대적 어려움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2년이라는 세월을 코로나에 붙잡혀 살아야 했던 답답함은 어느 곳에다가도 하소연 할 수가 없다. 그저 속으로 고뇌하고 속으로 삭힐 뿐이다. 게다가 대선정국의 위정자들의 언행은 온 국민을 어지럽게 했다. 어처구니없고 추잡스럽고 시끄러운 언행만이 난무했다. 한마디로 저급이다. 정치미숙아들도 그리는 못할 것이다.
따라서 어수선하고 복잡한 사회풍토를 떠나고픈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들은 순천만국가정원을 탐방하고 훈훈한 봄바람과 함께 섬진강과 지리산여행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리산과 섬진강변에는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나뭇가지잎눈들이 도톰해지고 푸르스름해지고 있다. 아니다. 봄 처녀의 노랫소리도 들린다. 잔잔하게 파문을 일으킨 물결마냥 봄 처녀의 노랫가락도 잔잔하다. 더욱이 남원육모정에서 운봉으로 가는 지리산 길은 아직도 잔설이 희끗희끗하게 쌓여 있다. 겨울을 벗어나기 싫은 모양인지, 동장군이 그리운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풍경만으로는 아름답다. 모든 것이 봄소식을 전하려는 전령사가 아닐까 싶다.
일요일이었다. 봄바람을 타고 온 탐방객들이 순천만국가정원에서 봄 마중을 했었다. 그들은 서울의 날씨와 순천의 날씨를 비유하면서 자신들의 건강비법을 이야기 했었다. 즉, 맑은 공기와 맑은 물을 마시며 산책하면서 걷는 운동은 건강을 지키는 유일한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발길은 순천만국가정원만 봄바람을 따라 섬진강과 지리산으로 옮겼었다. 하얗게 눈이 쌓인 지리산 노고단을 바라보면서 “아직도 지리산에는 눈이 녹지 않고 잔설이 쌓여있네, 점심을 먹고 노고단이나 등산하세” 그들의 탐방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남원육모정에서 시작된 지리산길을 따라 운봉의 산채비빔밥집을 찾았다. 그 집에서는 나물 몇 가지에 된장찌개와 참기름, 고추장 등 뭐 별 거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도 맛있는 별미를 만들었다.
먹어본 사람들은 말한다. “왜 그 집 것은 그리 맛이 있는 건지, 그 노하우를 배워 내가 사는 집에서 나도 산채 비빔밥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만들어 보았었다” 하지만 막상 그 재료들을 사가지고 자신들이 산채 비빔밥을 만들어보았으나 그 맛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아마도 운봉의 산채비빔밥은 오로지 지리산정기를 받은 특이한 산나물과 운봉아주머니의 손맛이 깃들여진 전통음식이 아닐까 싶다.
3월 중순이면 달래와 냉이 그리고 쑥과 더불어 봄나물이 솟아날 것이다. 세월의 흐름을 잊고 향긋한 산나물 내음에 취해볼까 싶다. 그 옛날의 봄 풍경이 떠오른다. 논과 밭 그리고 산등성이를 헤매면서 나물을 캐던 소녀들의 모습이 선하다.
봄바람 따라 나선 지리산산채비빔밥집은 맛 집으로 소문나도 거침이 없을 것 같다.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섬진강과 지리산을 탐방한 그들의 이야기처럼 소담스럽고 봄 향기가 그윽하기 때문이다.
가끔 필자도 남원운봉의 산채비빔밥집을 찾는다. 그곳의 경치는 물론 인심까지도 봄 날씨다. 훈훈하면서 정겨운 말씨로 손님을 맞는다. 특히나 음식은 정갈스럽게 만들어 내면서 건네는 인사말조차 고풍스럽다.
아무튼 겨우내 얼어붙었던 냉담이 풀어졌으면 좋겠다. 순천만국가정원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이 섬진강과 지리산을 타고 돈다. 봄 마중을 나선 사람들의 발길이 남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은 냉담을 풀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언제라도 냉담은 풀 수 있다. 지리산과 섬진강 그리고 순천만국가정원은 냉담을 푸는 봄바람이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바닷가에서
마음까지 얼어붙는 냉담을 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
바다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지구의 쓰레기를 쓸어 담고
하늘 닮은 마음 밭을 일구고 있다
그저 시퍼렇게 멍이 든 파도의 속셈을
아직 삭히지 못한 갯벌 속의 알레기를
나 홀로 달래다가
저 홀로 부시다가
냉담으로 뭉쳐버린 아집덩이가
부글부글 가마솥으로 끓고 있다
바다의 이야기가 옳다고
지구의 쓰레기를 모으는
그 고집을 씻을 수는 없는지
그 아집을 버릴 수는 없는지
데이고 타는 아픔을 지나 상처로 남은 냉담
헤이고 찢는 고통을 지나 흉터로 남은 냉담
자꾸만 자꾸만 얼어붙고 있는 알레기 냉담을
(필자의 “냉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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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8 08:01 송고
2022-02-28 08:02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