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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한해를 시작하는 설날이다. 차례를 지내고 설 떡도 먹었다. 왠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는 우리나라 전래동화가 생각난다.

언제나 우리의 동심 속에서 변함없이 자리한 그 이야기는 해가 거듭할수록 더욱 선명하게 그려지고 있는 연유는 무엇일까?

햇님과 달님 그리고 붉은 수수깡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나라 사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다 아는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가난에 찌든 한 어머니와 어린 남매의 옛이야기 치고는 너무도 철학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오늘따라 그 전래동화를 다시 한 번 상기해 보고 싶다. 가난한 엄마는 남북남매에게 줄 떡을 이고 산을 넘다가, 호랑이를 만나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고 하는 호랑이 말에 떡 하나를 주면서 한 고개 두 고개를 넘고 넘었다. 어머니는 열두 고개를 넘는 동안 떡은 모두가 동이 나고 결국은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고 말았다.

그리고 엄마 옷으로 갈아입은 호랑이는 엄마를 기다리는 남매마저 잡아먹으려 했다. 하지만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와 하늘로 올라가 남북이 남매는 해와 달님이 되고, 엄마를 협박해서 떡 빼앗아 먹고 엄마까지 잡아먹은 악랄한 붉은 호랑이는 동아줄을 타고 남북남매를 잡아먹으려고 하늘로 오르다가 썩은 동아줄이 끊어져서 수수밭으로 떨어졌다. 호랑이는 똥구멍을 수수깡에 찔려 붉은 피를 흘리며 죽었다. 그래서인지, 수수깡에는 지금도 죽은 호랑이의 붉은 피가 남아 빨간색깔이 선명히 나타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어린남북이 남매를 살리려고 협박하는 호랑이에게 “떡 하나주면 안 잡아먹지!”라고 꼬드기는 호랑이에게 속아 떡을 주고 잡혀 먹힌 남북이 엄마의 애달픈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들에게 심금을 울려주고 있다.

특히 우리네 어머니들은 자식들에게 베푸는 에피투미아적인 사랑 ‘조건 없이 주는 사랑’에는 그 어떤 것도 아끼지 않는다.

게다가 이 전래동화가 보여준 철학적 의미와 미화도 크다. 우리의 음식문화인 “떡” 문화와 함께 선악의 분별력을 어린마음에 깊이 있게 새겨주고 있다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떡은 우리민족의 식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월 초하루에는 흰떡을 만들어 떡국을 끓이고, 이월 초하루 중화절(中和節)에는 노비 송편, 삼월 삼짇날에는 두견화전, 사월 초파일에는 느티떡, 오월 단오에는 수리취절편, 유월 유두에는 떡수단, 추석에는 송편, 구월 구일 중구절(重九節)에는 국화전, 음력 시월에는 시루떡을 하여 동리 이웃과 나누어 먹는 세시 풍습이 있다.

또 생신, 회갑, 아기의 백일, 첫돌, 생일, 혼례, 젯상 등에도 빼놓지 않는 것으로, 신성하고 편안함을 비는 마음과 함께 오랜 평화가 두고두고 깃들기를 바라는 풍습인 것이다.

게다가 호랑이와 하늘의 동아줄 그리고 남북이 남매의 햇님과 달님이 된 전래동화는 우리민족 ‘권선징악’의 산물인 것이다.

이처럼 떡은 우리민족의 전통문화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혼과 얼을 담고 있다. 따라서 정신을 맑게 하고 육체를 살찌게 하는 “떡”을 접할 때는 우리의 민족애와 ‘권선징악’을 상기시켜야 한다. 

아무튼 계사년 새해 아침부터 흰떡국과 함께 쑥떡 콩떡 등 맛있는 떡을 먹어보면서 전래동화인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를 아이들에게 들려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