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변환_김용수
벌써부터 초겨울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 겨울은 유난이 추울 것이라는 기상대의 예보를 각인이라도 시킨 듯 첫눈이 내렸는가 하면 찬바람까지 세차다. 일주일 내내 냉기가 뼈끝을 파고들고 두툼한 옷가지와 온정을 찾게 한다.
서민들은 예년보다도 춥고 길다는 올, 겨울의 혹한기를 어떠한 방법으로 대치해야할까 하는 근심걱정이 앞선다. 특히 모든 물가가 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동절기의 에너지물가는 말할 나위도 없이 치솟을 것은 기정사실이고 보면 서민들의 가슴은 꽁꽁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서민들의 겨우살이는 전라도 속언으로 “등 따시고 배부르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라고 했다. 서민에게 있어 의식주만 해결된다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모든 것을 온정으로 여기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인지, 올 겨울에는 패딩 옷이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패딩은 옷이나 모자 가방 속에 솜이나 오리털, 거위 털, 등을 넣어 누벼 만든 것으로 보온이 특징이다. 가볍고 따뜻해서 처음에는 등산용으로 유행이 되었으나 현재는 일상나들이용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어찌 보면 “삶은 정이고 정은 삶이다”.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해 서민들의 삶은 구차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사회의 구조상에서 권력과 돈 등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삶을 영위해야만 하는 고달픈 삶이였기에 그렇다. 하지만 그들의 삶에는 언제나 온정을 나누는 인정이 깃들어 인생의 참맛이 담겨있다.
이런 맥락에서 패딩과 관련 있는 솜옷이야기를 상기해 보자. 중국의 만리장성과 연관 된 맹강녀의 삶에서 솜옷이 등장했다. 맹강녀의 이야기는 많은 전설이 있으나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솜옷에 관한 이야기 일부다. 그녀는 결혼 3일 만에 만리장성을 쌓는데 끌려간 남편이 꿈에 나타나 헐벗고 춥고 배고프다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형상을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남편을 기다린지 반년이 지난 추운겨울에 변방 땅인 만리장성을 쌓는 현장까지 남편을 찾아 나선다. 이때 남편의 추위를 걱정한 나머지 솜옷을 만들어 가지고 갔으나 이미 남편은 죽고 없었다는 이야기다.
또한 대원군은 서양 총으로부터 병사를 보호할 수 있는 갑옷을 제작하도록 지시했다. 김기두와 안윤은 창이나 칼보다도 화살이나 총알에 더 강한 면갑에 주목했다. 면갑이란 목화의 무명 솜에서 나온 실로 짠 면직물을 겹쳐서 만든 갑옷을 일컫는다.
이외에도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추위를 이겨내려는 수단으로 솜옷과 솜이불 등을 사용해 왔으므로 패딩문화에는 익숙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패딩문화가 유행되고 있는 것은 추위를 이기려는 월동방법의 일환책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이면에는 서민들의 시린 가슴을 녹여주는 온정문화도 곁들여 있다.
지난 주였다. 조계산 등산객들이 붐비는 아름다운 선암사 숲길에서 수많은 패딩 옷을 나눠주는 서민이 있었다. 그는 각종 패션의 등산복과 일상생활 속에서 편하게 입는 평상복들이 물결치는 현실에서 패딩 옷의 아름다움과 따뜻함을 동시에 느껴서인지, 나눔의 미를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가족과 자신이 입었던 패딩 옷 그리고 친지동료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패딩 옷가지를 모아 등산객들이 오가는 길목에 펼쳐두고 필요한 사람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온정을 베풀고 있었다.
아마도 위정자들은 이러한 온정은 작은 일로만 여기고, 자신들의 하는 언행만이 크게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작은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올바른 행보일 것이다.
한편, 정부와 산하기관 및 공공기관의 월동대책도 동결내지는 예년보다도 더욱 위축된 상태다. 원전사고가 발생한 이후 정부산하기관 및 공공기관은 에너지 절약이 필수요인이 됐다. 평년보다도 더위가 심했던 올 여름에도 에너지 절약을 위해 에어컨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했었다. 아마도 올 겨울역시 에너지 절약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아끼는 월동대책을 세우지 않았을까 싶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서민들의 삶은 버거워지고 꽁꽁 얼어붙는다. 그들의 삶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따뜻한 소식들이 전해지길 바란다. 패딩 옷이 유행하면서 추운겨울을 이겨내는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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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5 10:0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