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편집국장
동절기다. 겨울나기의 첫 번째 관문인 김장을 “축제”분위기로 시행했다고 한다. 조상대대로 이어져온 김장철의 따뜻한 사랑 꽃! 그 꽃을 순천만국가정원에서 각계각층의 봉사자들이 모여한마음으로 피워낸 듯싶다. 특히 “김장 나눔”을 소외계층으로 전달하는 미덕이야말로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우리네 인정이 아닐까 싶다.
그 어느 민족도 김장철에 빚어지는 우리네 품앗이 정을 모를 것이다. 무, 배추를 비롯한 채소류를 씻고 절이고 버무리면서 오가는 정담은 이웃사촌끼리의 사랑 꽃이다. 또 김장김치의 맛을 보아달라는 뜻으로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나눔의 정”역시 미덕이 아닐 수 없다.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사랑의 꽃’이 여기저기서 피어나고 있다. 갖가지의 성금과 후원금 그리고 품앗이 정들이 모아지고 전달되는 풍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하지만 산업사회의 모순이라 할 수 있는 정이 없는 사회로 변화되면서 우리네 정도 조금씩 식어만 간다. 더욱이 핵가족화로 흐르면서 사회적 이기심은 팽배해 졌을 뿐 아니라 혼밥, 혼술, 혼영 등 개인주의가 급속도로 번져나갔다. 그러나 나눔의 정은 지금까지도 살아있는 듯하다. 아마도 인정이 메마르지 않았다는 현실을 반증하는 듯싶다.
꽁꽁 얼어붙은 얼음장속에서도 작은 불씨하나가 피어나듯 순천만국가정원의 “김장 나눔의 정”은 엄마의 품속처럼 훈훈했다. 순천지역 107개 기관단체 2600여명의 봉사자가 참여했으며, 2만 여포기의 김장김치가 소외계층에게 전달되는 순간까지 모두가 정으로 이어지는 “사랑 꽃”을 피웠다.
지난 26일이었다, 시 승격 70주년 기념으로 ‘김장 나눔 축제’가 순천만국가정원 잔디마당에서 열렸다. 2600여명의 붉은 앞치마물결이 잔디광장을 가득 메웠고, 수능을 마친 300여명의 학생들까지 봉사활동에 참여해 장관을 이뤘었다.
이번 김장 나눔 행사는 순천시 관내의 각 기관과 단체 회원들이 십시일반 마련한 기금으로 2만포기(39톤) 김장을 담아 7,000여명의 소외계층에게 전달하는 행사였다. 더욱이 찬바람이 불어오는 연말을 맞아 소외계층을 찾아본다는 뜻있는 화합한마당이었다. 읍면동을 포함해 기관, 단체, 기업, 기독교, 천주교, 불교 등 종교계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 시민들이 참여했다는 사실에도 그 의미는 깊다 할 것이다. 게다가 시는 이번 행사에 사용된 절임배추와 양념을 통합 구매해 재료비 절감과 지역 농산물을 우선 구매함으로써 농가 소득으로 이어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나눔과 봉사 그리고 화합의 한마당을 이룬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번 “김장 나눔 축제”는 화합의 한마당을 이뤘었다고 한다. 이번 순천시의 “김장 나뭄 축제”를 지켜본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붉은 앞치마와 붉은 김장배추김치가 잘 어울린다.”며 “정을 나누는 매우 뜻있는 행사로 지속적인 행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명모(45세 여)씨는 “옛날부터 이웃끼리 김장김치를 담아 나눠먹는 풍습이 있었지만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참여해 김장을 하고 그 김치를 소외계층에게 전달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며 “순천시민들의 훈훈한 정을 널리 알려야겠다.”고 말했다.
또 울산에서 순천만 습지와 국가정원을 관광하러 왔다는 정모(54세 여)씨는 “음식은 전라도음식이 최고의 맛을 지녔다.”며 “그중에서도 전라도 김장김치는 세계으뜸의 맛을 지니고 있으므로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뿐 아니다. 순천만국가정원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순천의 손맛과 지역 배추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농산물 체험부스도 운영해 방문객들에게 도농복합도시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허석 순천시장은 “나눔과 봉사의 시민화합의 장을 마련했다.”며 “지역 농산물 판로 확대를 위해 마련한 행사에 많은 시민들의 뜨거운 참여와 호응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허 시장은 “앞으로도 더 많은 나눔의 기회를 확대해 순천 곳곳이 소외됨이 없는 따뜻한 포용의 도시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예부터 우리민족의 김장 담구기는 겨울나기 풍습가운데 매우 정겨운 일이었다. 겨울철부터 봄에 이르는 기간 동안 기본반찬으로 매우 중요했기에 이웃끼리 합심해서 품앗이로 김장을 해왔다. 다시 말해, 늦가을 무, 배추, 채소류를 수확해서 소금에 절여 물에 씻어두고, 온갖 양념을 무채와 함께 버무려 배춧잎 사이사이에 속을 집어넣는 일을 공동으로 해왔다는 것이다. 김장을 담그는 방법은 지역과 김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웃 간에 품앗이로 함께 모여서 담소를 즐기며 공동으로 김장을 담갔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잠시, 우리네 김치문화를 더듬어 보자. 김치 담그기는 2017년 11월 국가무형문화재 제133호로 등록됐다. 다른 국가무형문화재와는 달리 우리나라 전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생활관습이기 때문에 특정한 보유자나 단체를 지정하지는 않았다.
아무튼 우리네 김장문화는 ‘품앗이 정’을 중요시 했다. 순천시가 김장 나눔 봉사활동으로 화합한마당을 만들었음은 순천문화정서를 꽃피웠다는 것이다. 아니다. 사랑의 꽃을 활짝 피운 축제한마당의 분위기를 엮어낸 것이다. 사랑의 꽃, 품앗이 정이 흐르는 사회가 형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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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2 10:53 송고
2019-12-04 07:38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