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시인
“어이! 아재, 아짐, 요것 좀 해봐, 아니 이곳 좀 잡아주란 말이시...”
아침부터 낙안읍성시골장터는 시끌벅적 부산하다. 어제부터 만들었던 음식을 차리고 주민들의 식사자리를 마련하고자 동분서주하는 회원들의 모습이 그지 아름답다. 소박한 웃음과 순수한 농심이 어우러진 시골장터의 단상이다.
그들은 직접 가꾼 농산물을 비롯해 말리고 발효시킨 농산물 등 시골장터에서만 볼 수 있는 상품들을 진열해 두고 관광객들과 직거래하고 있다. 회원스스로가 전남도와 순천시, 그리고 낙안읍성의 신뢰도를 쌓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회원스스로가 노점상과 중국산을 배제하는 한편 지역경제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실제로 그들은 매주일요일은 대청소의 날로 정하고 상가주변과 주차장 등 관광지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와 오물을 줍고 있다. 게다가 지역에서 일어난 애경사시에 조그마한 촌지를 보내기도 한다.
그렇다고 장사가 잘 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신들의 일상생활의 일터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와 애향심의 발로일 뿐이다. 그들의 농산물에는 텃밭에서 가꾸었던 배추, 무, 상추, 파, 마늘, 고들빼기 등이 진열되고 있다. 더욱이 석류, 유자, 밤, 감, 양다래 등의 유실수의 열매까지 더하면 시골장터의 풍요로움은 더할 나위가 없다.
지난 월요일이었다. 그들은 단합대회를 했다. 낙안읍성서편주차장 가로 시설된 막사에서 단출하게 진행됐다. 회원들이 직접 만든 음식을 차려놓고 지역주민들을 비롯한 관내 기관장 그리고 직원들에게 점심식사자리를 마련했다. 참으로 화기애애하고 덕담을 나누는 자리가 됐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따뜻한 온기가 넘쳐흘렀다.
배문근 낙안읍성시골장터회장은“장만한 것은 별로 없지만 회원들이 직접 만들고 회원들이 정성이 담긴 음식이므로 맛있게 드세요”라는 간단한 인사말을 전했다. 이에 신길호 낙안읍성장은 “어려운 시기에도 회원들의 단합되어 시골장터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며 “관리사무소에서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게다가 윤태상 면장은 “지역민들이 앞장서서 운영하고 있는 시골장터가 날로 발전하기를 바란다.”며“면에서도 지원할 수 있는 것은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회원들의 덕담과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이처럼 낙안읍성시골장터 회원들의 단합대회 분위기는 덕담으로 무르익었다. 점심식사가 끝나고 회원들과 주민들이 어우러진 단합대회는 먹고 마시는 즐거움보다, 서로의 등을 다독여주며 격려하는 情이 오가는 자리가 됐었다.
그렇다. 그들의 삶은 농사에 찌들어온 삶이다. 일 년 내내 논이나 밭에서 씨를 뿌리고 가꾸어서 열매를 맺게 하는 일이다. 그 열매를 돈으로 환산하면 몇 푼어치도 안 된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즐거움으로 살아왔다.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황금들판을 바라보는 가을철이면 자신도 모르는 뿌듯함에 젖는다고 한다.
이제, 농심이 무르익는 가을철도 갔다. 찬바람이 불어오고 동장군이 찾아온 허허로운 빈 들판뿐이다. 그래도 회원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가꾸었던 농민들의 농산물의 결실관리를 철저히 하고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직거래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지역농산물의 특성을 살리고 신뢰감을 쌓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친절성과 진정성 그리고 애향심이 이어야 한다. 덧붙여서 정이 깃든 판매를 해야 할 것이다.
그날 낙안읍성시골장터에서 쓴 필자의 “뻥튀기 장사”라는 졸 시를 게재해 볼까 한다.
시골장터 붙박이로 자리한
뻥튀기 장사
“뻥튀기 사세요, 뻥튀기 뻥뻥”
어눌한 말투, 어정쩡한 차림새로
한 봉다리 이천 원
두 봉다리 오천 원
기초셈법도 모르는지, 아는지
오가는 길손마다 건네고 건네며
맛 뵈는 심심풀이 뻥튀기장사
쌀을 튀고
밀을 튀고
보리를 튀고
강냉이를 튀다가
국회도 튀고
청와대도 튀고
위정자들 튀다가
농심을 튀면서 뻥 뻥 뻥
눈빛 초롱초롱한 아이들이랑
세월을 거스르는 노인들이랑
고소하고 달달한 뻥튀기과자를 찾아
뻥튀기 뻥튀기 뻥튀기 뻥 뻥 뻥 뻥(뻥튀기 장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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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3 10:33 송고
2016-11-23 10:35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