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수 편집국장
청갈대와 갯벌이 펼쳐진 순천만을 보라! 그곳에는 푸른빛과 갯벌 빛이 어우러져 붉은 빛으로 물들고 있다. 인류의 관심 속에서 순천만을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생태계를 연구하는 학자들과 문학 예술인들의 발길은 날로 증가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도 순천만은 송수권 시인을 비롯해 김승옥 소설가, 정채봉 동화작가 등 수많은 시인묵객들의 글밭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생태계학자들의 연구 장소가 되고 있다. 게다가 철새도래지는 물론 갈대와 갯벌의 역할과 효능 등으로 관광객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다.
지난 이야기다. 순천만갈대밭과 갯벌 밭의 보존과 개발을 놓고 시민들이 양분된 적도 있었다. 골재를 채취한 후, 그곳에 순천시민들이 필요한 편의시설을 만들자는 개발찬성론이었다. 반면 자연환경을 그대로 보존해서 쾌적한 순천을 지켜야 한다는 개발반대론이 대두됐었다. 순천만개발의 찬성론과 반대론은 전체시민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겨 주었었다.
그러나 의식 있는 시민들의 반대활동은 끊임이 없었고,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동분서주했었다. 그 결과 “순천만은 보존해야한다”며 시민의식이 바뀌었고 순천만보존환경운동까지 펼쳐졌다.
삶의 원동력으로 발전한 순천만 갯벌! 한국의 갯벌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의 힘겨운 역사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사실, 순천만은 시민들의 노력 없이는 오늘날의 순천만이 존재하지 않았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 내력을 들춰보면 순천만의 보존과 개발의 논리 속에서 힘겨루기를 해야 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보존의 합리성을 주장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거슬러보면 1990년대 동천하류정비 사업으로 시작된 골재채취의 반대운동이 시작됐다. 반대운동이후 30여 년간 순천시민들과 시는 순천만의 자연성을 회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었다.
다시 말해 1990년부터 2000년도는 민, 관, 학의 협치의 시기다. 따라서 동천하류 정비계획으로 촉발된 개발과 보전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시민들의 골재채취반대운동은 설득력이 없었다.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동천하류생태계 토론회, 갯벌 등 습지보존세미나 등이 시민단체가 주도로 개최됐었다.
당시, s씨는 동천골재를 채취하는 사업자로써 순천만개발찬성론을 주장했었다. 반면 j씨는 순천시의 정화조역할을 하고 있는 순천만은 보존해야한다는 반대론을 주장했었다.
이후, 골재 채취 등 개발 허가는 취소됐고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위한 민, 관, 학 거버넌스가 구축됐었다. 시민들은 순천만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민간주도의 ‘순천만 갈대제’를 개최했다.
2001년부터 2010년도는 순천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국내 대표적인 생태관광지로 육성한 시기였다. 순천만은 2003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시는 2004년부터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 십(EAAFP)에 가입했다.
이후 정부는 철새이동경로 연구와 모니터링 활동, 서식지에 대한 지식 구축과 정보 교환 등을 실시했다. 2006년에는 국내 연안습지 최초로 람사르 협약에 등록됐다. 2009년부터 순천만 주변의 오리농장과 음식점 등 환경오염시설을 철거했고 주변 농경지의 전봇대 282개와 전선을 제거해 철새들이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게 했다.
또 동천 둔지 등 8곳 38만㎡ 내륙 습지, 갯벌 11만㎡의 훼손지역을 복원해 서식지를 확장했다. 주민들은 흑두루미 영농단을 조직해 59ha에 이르는 친환경 경관농업을 시작했다. 순천만은 세계적인 흑두루미 월동지로 성장했고, 흑두루미 등 철새가 늘자 2010년 한해 10만 명의 탐방객이 찾는 등 국내대표적인 생태관광지로 부상했다.
이처럼 순천만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세계유산으로 꽃피웠다. 순천은 대자연을 간직한 생태관광도시로 널리 알려졌으며 “순천만국가정원”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순천만갯벌 세계유산 등재를 살펴보자. 물새의 종 다양성이 가장 높고 멸종위기 철새들이 가장 많이 월동하는 서식지이자 기착지다. 이곳에서 관찰되는 조류는 세계적인 희귀조류 48종을 포함한 총 252종으로 연간 10만여 마리가 서식한다. 매년 겨울이면 흑두루미, 검은머리갈매기, 노랑부리저어새 등 다양한 물새들이 월동한다. 봄가을에는 민물도요, 알락꼬리마도요 등 수많은 도요물떼새들이 시베리아-호주 간의 이동경로 상 중간기착지로 이용한다. 국내 도래하는 도요물떼새 종류가 60여종인데, 이 중 절반인 30여 종이 순천만에서 관찰되고 있다. 2020년 환경부 겨울철새 동시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순천만은 국내 200개 주요습지 중 멸종 위기종 조류가 가장 많이 관찰된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시는 첫째, 순천만의 통합적인 관리체계 구축한다고 했다. 둘째, 순천만을 탄소중립유산관광 코스로 육성한다고 했다. 셋째, 통합 세계유산 센터를 건립해 갯벌보전을 위한 국제연대를 강화한다고 했다.
이제, 순천만은 세계유산이다. 지구촌에서 대한민국 순천만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작은 일에서부터 큰일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이 지켜낸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세계유산의 마중물로써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순천만 꽃피우기를 . . .
보채지 못한 보고픔
눈동자에 매단 채
갈대 숲 우거지고
철새 떼 날아드는
순천만 해수로 노닌다
낯선 눈길 빼앗은 갯벌은
구멍 뚫린 꽃게 집 내 보이며
몸뚱이보다 큰 앞발을 짊어진
꽃게 떼 놀이터를 만들고 있다
갈대뿌리 내 뻗은 갯벌은
숭숭 뚫린 속살 내보이며
게, 조개, 고동 기어 다니게 하고
칠면초, 갈대 숨 쉬는 정화조다
가누지 못한 그리움
마음속에 키운 채
흑두루미 멱 감고
갈대 목 부벼 대는
순천만 해수로 떠 도는
흑두루미 한 쌍
(필자의 “순천만 해수로”전문)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21-08-16 08:51 송고
2021-08-16 08:52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