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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동천벚꽃 길에서/ 김용수
2021-03-29 오전 5:27:50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김용수  편집국장



     
    순천동천벚꽃이 활짝 피었다. 천변을 걷는 사람, 벚꽃을 구경하는 사람, 사람들로 동천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코로나19로 집밖을 나올 수 없었던 사람들이 벚꽃구경 겸 봄나들이를 나섰지 않았는가 싶다.
      
    순천동천의 벚꽃 길은 거닐어 본 사람만이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수려하면서도 화려함을 뽐내는 동천벚꽃은 색상부터가 다르다. 절세미인의 차림새를 꼭 닮은 꽃술과 꽃잎마냥 일급수인 동천수를 닮았다. 게다가 들릴 듯 말듯 한 벚꽃 터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 소리는 맑고 청량한 소녀의 웃음소리마냥 물소리를 담은 옥구슬로 구른다.
      
    동천은 계족산과 정혜사계곡에서 시작된 맑은 물줄기다. 원 도심을 가로지르면서 순천만으로 흐르고 있다. 더욱이 동천은 도심복판에서 이사천과 합류돼 큰 물줄기를 형성한다. 푸른빛을 띠면서 강물로 변한다. 순천의 동천이 아니라 동강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 강변을 따라 심어진 아름드리 벚꽃나무는 봄을 기다리는 여인과 흡사하다. 벚꽃이 피는 시기는 3월 말에서 4월 초다. 그 날이 되면 순천동천 길은 봄단장을 하고 나선 절세미인의 화장술처럼 온통 연분홍빛이다. 아마도 봄의 수식어를 만들어 내고 있는 듯하다. 화려함과 수려함 그리고 봄의 화신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벚꽃 터지는 소리를 들어보라. 벚꽃은 ‘사금사알 사그락’ 소리로 귀엣말을 한다. 특히 동천수와 속닥거리는 소리는 철학이 담겨 있다. 소통과 사랑이라는 따스하면서도 무거운 단어다. 다시 말해 가까운 이웃과의 소통은 오가는 정이 익어가면서 삶의 활력소를 불어 넣어 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모두를 사랑하는 것은 진지한 삶을 영위하고 새로운 이야기와 역사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낙안움막에서 관상수를 가꾸고 있다. 학창시절에 어눌하게 배웠던 임학지식을 조금이나마 활용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론과 실기는 판이하게 달랐다. 이론은 책에 불과할 뿐이었다. 반면 실기는 자신이 직접적으로 체험하면서 터득하므로 힘이 들고 어려움이 뒤따랐었다.

    새벽에 일어나서 해가 질 때까지 관상수의 줄기를 잘라 삽수를 만들고 그 삽수를 삽상에 꽂는 작업은 중노동이었다. 그러나 하나의 생명체를 다룬다는 의미에서 고된 줄도 모르고 보람을 느꼈다. 학창시절에 느끼지 못했던 감성으로 100평의 삽목 상을 채워 나갔다. 오묘하고 신기했다. 거짓 없는 흙과 더불어 생활하고 있다는 현실감에서 자신도 모르는 흐뭇함을 느꼈다.

    봄이 오는 삽상은 온통 푸른빛이다. 병아리 노란부리마냥 쫑긋쫑긋 내밀고 올라오는 새순들이 어찌나 귀여운지 보고 있어도 보고프다. 산다화, 홍가시, 철쭉, 꽃댕강, 꽝꽝나무, 서향, 황금사철, 화살나무 등이 삽목 상에서 새 뿌리를 내리고 새움을 돋우고 있는 것이다.

    문득, 삽상 옆으로 심어진 벚나무의 꽃망울 터지는 소리가 듣고 싶었다. 지난겨울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고 오늘의 꽃망울을 터뜨리는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아마도 벚꽃의 생태적 적응력이 기후환경을 이겨낸 결과가 아닐까 싶다.

    이런 저런 생각이 짙어갈 무렵, 동천벚꽃 길이 떠올랐다. 곧장 현장으로 달려가 꽃망울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 벚꽃망울은 “사금사알 사그락” 봄빛을 타고 동천수와 도란도란 얘기하고 있었다.

    “동천수야! 너는 언제나 낮은 곳을 찾아 흐르며 만물을 사랑하고 소통하면서 살아가고 있겠지”
    “그래, 나는 항시 낮은 자세로 모든 것을 씻기며 따스하게 어루만져주고 있단다. 더욱 이맘때면 너의 꽃잎을 실어 나르며, 소통과 함께 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단다.”
    “동천수야! 나도 너처럼 일 년에 한 번쯤은 소통과 사랑을 일깨우는 꽃 잔치를 벌이고 있단다. 특히 사람들을 꽃으로 불러 모으고, 소통하면서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단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것이 사람들이란다.”

    이처럼 동천벚꽃나무는 꽃망울을 터뜨리면서 소통과 사랑이라는 철학을 피력하고 있었다. 어쩌면 동천수를 동반하면서까지 “소통과 사랑”을 되 뇌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와! 맑다
    화! 밝다
    와! 청정하다
     
    아내의 감탄사는 입가를 떠나지 않고
    하나 둘씩 터지고 있는 동천벚꽃소리
    엿듣고 있는지
    귀대고 있는지
    마음 창을 활짝 열어 재낀다
     
    혼자보기 아까운지라 남편 부르고
    둘이보기 민망한지라 친구 부르고
    삼삼오오 봄놀이터전 동천벚꽃 길
    꽃불로 타고 인불로 타오르고 있다
     
    화려한 절세미인의 꽃
    화창한 봄날기다리던 꽃
    제주도 토박이 꽃, 벚꽃
    쉴 틈 없이 터지는 소리
    이웃소리다
    사랑소리다
     
    동천에서 살아 온지 일백년
    작은 소리 내어보던 날도
    큰소리를 내어보는 날도
    나들이객만 들썩일 뿐
    맑은소리 듣지 못하는 것을
    순결소리 듣지 못하는 것을
    (필자의 졸시 “동천벚꽃 터지는 소리” 전문)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21-03-29 05:27 송고
    순천동천벚꽃 길에서/ 김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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