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편집국장
내일이면 크리스마스이브 날이다. 이맘때면 순천만을 찾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인지, 순천만을 찾는 발길조차 뜸하다. 겨울바다와 흑두루미를 비롯한 철새들의 낙원으로 불리는 순천만, 그곳은 갈대커피의 생산지다. 운치가 있고 낭만이 깃든 곳, 갈대밭을 거닐면서 갈대커피를 마시는 여유를 가져봄이 어떨까 싶다.
사시사철 변화무쌍한 순천만을 무대로 피어나는 갈대군락은 대자연이 인간사회에 베푸는 귀한 선물이 아닐까 싶다. 특히 갈대는 2미터이상의 뿌리를 내리고 뻗어서 각종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정화능력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봄이면 연둣빛 청갈대로 솟아나고, 여름이면 녹색갈대로 짙푸름을 자랑한다. 또 가을이면 갈색줄기 부딪는 소리로 스산함을 전하고, 겨울이면 백갈대로 하얀 꽃술 흩날리며 낭만을 부른다.
가끔 타고난 끼를 발산하지 못하고 순천만 갈대밭을 찾는 사람들을 목격할 때가 있다. 그들 대다수는 시와 그림, 음악 등 문학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거나 고독을 즐기는 부류다. 그 중에서도 가을빛을 좋아하고 고독을 즐기는 사람들은 순천만과 갈대밭을 잊을 수 없는 장소로 여길 것이다.
순천만 갈대밭은 하얀 눈발이 휘날리는 날이면 더욱더 그리워진다. 갈대커피를 마시면서 옛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소다. 연인은 물론 좋아하는 사람끼리 밀어를 속삭이며 거닐어도 좋은 장소다. 아니다. 쓸쓸함과 외로움을 떨쳐버릴 수 있는 원초적인 장소일 것이다.
여인의 곡선미를 연상케 하는‘에스라인’해수로는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황홀경이다. 게다가 흑두루미가족과 철새무리들이 노니는 널따란 갯벌 밭은 한편의 그림이다. 어쩌면 겨울동화를 그리면서 겨울이야기를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제였다. 동지를 상징하는 팥죽을 먹는 날이었다. 필자는 순천문화의 거리 찻집을 찾았다. 그곳에서“우림친구 동지 죽”이라는 시낭송을 했다. 그리고 순천만 갈대커피를 마셔보았다. 일미였다. 순천만 갯벌향이 베어나고 갈대숲의 새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송병화 미래농촌연구소 소장은 말한다. 순천만 갈대밭에서 생산되고 있는 갈대의 활용범위는 무궁무진하다고 말이다. 그는 갈대줄기와 뿌리의 활용도를 심도 있게 말했다. 갈대커피제조는 물론 다양한 관광 상품을 만들어야한다고 했다. 그 가운데서도 갈대커피는 건강식품의 일환책으로 순천만을 상징하는 관광 상품이라고 했다. 따라서 순천만 갈대를 활용한 상품개발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특히 청년일자리창출과 함께 활용가치를 높여서 건강한 사회구성에 기여해야한다고 했다.
순천만 갈대커피는 대대포구의 갯냄새를 머금고 갈색추억을 연상케 하는 묘약이다. 갈대뿌리와 줄기에서 추출된 재료는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효소나 다름없다. 고향집의 부모형제와 친지, 친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할뿐 아니라 사라지는 미풍양속까지도 들추게 한다.
갈대커피를 마셔보라! 어린 시절의 즐거운 놀이들이 그려진다. 고무줄놀이. 땅따먹기, 팽이치기, 연날리기, 자치기, 돌치기 등 헤아릴 수 없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당시의 놀이도구는 자연그대로였다. 또 갈대커피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게 한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 바바리 깃을 세우고 갈밭을 거닐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가을을 담은 갈대색깔과 겨울을 녹이는 온정이야말로 갈대커피만이 지니고 있는 특성이 아닐까 싶다.
갈대커피를 마셔본 사람들은 말한다. 가장 한국적인 맛을 지닌 커피는 갈대커피다고 말이다. 부드러운데다 다양하고 독특한 맛을 품고 있으며, 마실수록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또 “커피와 순천만의 갈대가 만났다”며 “커피도 아닌, 술도 아닌, 갈대커피는 연무현상을 일으키면서 그 기운이 온 몸으로 퍼진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순천만 갈대커피는 단맛, 신맛, 쓴맛, 갯맛, 갈맛의 오미가 담겨있어 피로를 순식간에 풀리는 작용을 한다. 과민한 신경성질환과 심한운동으로 지쳐있던 사람들은 갈대커피를 자주 마신다고 한다. 그 연유는 온몸의 피로가 풀리면서 새로운 기운이 솟기 때문이다.
우연한 기회로 순천만 갈대커피를 마시다가 어눌한 시상을 떠올린다. 비움이다. 자꾸만 차오르는 인간의 욕심을 비울 수 있는 마음그릇의 비움이랄까?
호랑이 꽃발치고 엎드린
복호산자락 빈 바닷가
내로가 있고
외로가 있다
비움을 아는 바다는
하루 한 번씩
갯벌 밭을 비운다
빈 집
빈 마을
빈 바닷가
멍 때리는 시간들이
써얼 써얼 썰, 썰물로 빠지고
빈 바닷가, 쓸쓸함이 번진다
큰 그릇이든
작은 그릇이든
빈 그릇이 깨끗한 것을
붙잡을 수 없는 상상력을
비울 수 없는 마음그릇을
빈 바다는 안다
빈 하늘은 안다
어렵고도 쉽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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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2 08:3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