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편집국장
판소리 가락이 낙안초등학교 울타리를 넘고 있다. 꿈나무들의 목청 다듬는 소리다. 역사성과 문화성이 어우러진 국악이 꿈나무들에게 전수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판소리는 우리의 전통 판놀음 문화에서 소리 문화까지 합쳐진 한국의 얼을 심는 정서교육이나 다름없다.
맹옥영 낙안초등학교 교장은 “판소리에는 충효(忠孝) 사상과 예절풍습이 담겨 있다.”며 “낙안지역의 특수성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꿈나무들의 재능을 살리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게다가 맹 교장은 “틈나는 대로 학교운동장의 잡초를 뽑으면서 꿈나무들의 예능을 어떻게 지도할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한다.”며 “비좁은 환경에서 판소리를 배우고 있는 꿈나무들을 위해 학교 강당을 활용토록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아침이면 학교운동장에서 김양남 판소리 강사와 맨발 걷기를 함께 하면서 판소리 꿈나무들의 활동상을 듣고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정구영 판소리 담당 교사와 이보배 판소리 보조강사는 꿈나무들의 뒷바라지를 따뜻하게 감싸주고 있다. 더욱이 정 교사는 학교의 궂은일은 도맡아 하면서도 판소리를 배우고 있는 꿈나무들에게 깊은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인문교육과 예능교육의 일환책인 판소리 교육은 예술성과 문학 등 다양한 문화를 익히는 인성교육이 아닐까 싶다. 판소리 다섯 마당은 “적벽가, 춘향가, 수궁가, 홍부가 심청가이다. 적벽가를 제외한 네 마당은 설화나 민담이 그 기반이다. 따라서 그 내면에 흐르고 있는 맥은 민초들의 힘든 삶이다. 즉, 힘겨운 생활사에 얽힌 구구절절한 사연은 물론 인물과 인물 간의 갈등과 대결 등이 담겨져 있다. 그 외에도 현실의 갈등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반드시 해학이 있다. 게다가 그 바탕에 깔린 것은 양반과 양반사회에 대한 서민층의 저항의식이다. 아마도 18세기 조선사회의 변화된 시대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꿈나무들에게 판소리 공부는 고리타분한 이야기로 어울리지 않는 교육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음악인 국악과 서사성을 알아야 한다. 선인들의 삶과 역사성이 가미된 판소리를 알아야지만 내일의 희망이 있지 않을까 싶다.
잠시, 미스 트롯과 미스터 트롯에서 선발돼 열창하고 있는 인기가수들의 성향을 분석해 보자. 그들 대다수는 판소리 공부를 했었고 득음을 얻고자 피나는 노력을 했던 이력이 있다. 판소리는 목청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아랫배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소리로 상청을 낼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꿈나무들의 판소리 공부는 매우 유익한 음악 공부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 꿈나무들의 꿈을 실현하는 주춧돌로 삶의 기틀이 될 것으로 믿는다.
나날이 감소하고 있는 인구문제가 심상치 않다. 농촌의 노령화는 물론 초등학생까지도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농어촌의 학생 수가 급격하게 감소함에 따라 폐교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학생 수보다도 교사 수가 더 많은 농촌학교도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꿈나무들의 판소리 공부는 더욱 더 장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위정자들은 인구정책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다행하게도 낙안초등학교는 특수학교로 전교생이 52명이다. 그들 중에 17명이 판소리를 배우고 있는 꿈나무들이다. 그들의 이름을 열거해 볼까 싶다. 김태현(6학년) 이현정(5학년) 황효준(5학년) 유단희(4학년) 정진현(4학년) 홍종하(3학년) 황효석(3학년) 배시후(3학년) 김다연(3학년) 이하린(3학년) 송범규(3학년) 황효영(2학년) 이주원(2학년) 정찬우(2학년) 임은이(신대초 5학년) 정선우(7세) 권주한(6세)이다.
꿈나무들은 판소리를 배우면서 무대에 서기도 한다. 일례로 낙안면 주민자치회 행사장에서 판소리를 열창했었다. 청중들의 박수갈채와 찬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었다. 재롱 있는 손짓과 다듬어지지 않는 목소리가 어른들에게 귀염성을 보였는지도 모른다.
낙안지역은 문화유산이 산재한 곳이라서 낙안초등학교는 특수성을 띤다. 낙안읍성을 비롯해 뿌리 깊은 나무 박물관, 향교, 이화 서당, 고인돌, 금둔사 등 문화유산을 직접 탐구할 수 있는 여건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일까? 서울에서 낙안초등학교로 전학 온 학생들도 있다. 으 원인은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학습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판소리 꿈나무들은 틈나는 대로 조선 시대 개혁도시로 축성된 낙안읍성을 둘러보면서 역사 공부도 한다. 왜적를 방어하기 위한 성곽을 비롯해 송만갑 판소리명창, 오태석 가야금병창의 생가 등 옛것의 소중함도 느낄 것이다.
존중과 나눔으로 미래를 여는 낙안초등학교 교육 활동은 훌륭하다.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학생 상과 학생들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선생님 상, 그리고 아이들을 내 아이처럼 키우는 학부모 상으로 교육하고 있다. 더욱이 꿈을 찾아 키워가는 학생 상에 비춰볼 때 판소리는 필요 불가분의 관계가 아닐까 싶다. 낙안초등학교 판소리 꿈나무들의 교육 활동은 날이 갈수록 영글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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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07:4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