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편집국장

전라남도 여수돌산 무술목 해변 길 

그 길은 젊으나 젊은 시간들이 꿈틀꿈틀 

그 길은 추억과 낭만의 그리움이 꾸물꾸물

아스라한 오솔길로 잇는 이야기보따리였다

한발 한발디딜 때마다 

시푸른 파도 밀려오고

되돌릴 수 없는 파란시간 파닥거리며

사라져버린 전경초소빈자리 바라본다 

당시의 해변전우들

그들은 추억을 먹고 있다

발자국마다 몽돌 빛 언약이 되살아나고 

이야기마다 해변초소 근무열정 솟아올라

파란 그리움으로

하얀 그리움으로 

곰삭은 바다향기로 취하고 있다

가끔은 

이순신 장군을 들먹거리고

그때의 전쟁업적도 들먹이며

아릿한 전쟁이야기 익어간다

정유재란 당시, 바다지리협곡 이용해 

왜적함선을 섬멸한 충무공 전술전략은

오늘날에도 믿어지지 않는 영웅의 발자취로

조선을 짊어졌고 삼천리금수강산버팀목이었다   

쏴아! 쏴아! 

귀에 익은 파도소리 그리움을 쌓아두고

끼룩! 끼룩!

눈에 밟힌 갈매기소리 낭만을 묶어두고

어이! 어이!

정을 읽는 사람소리 다정 꽃을 피우고 있다

(필자의 졸시“해변의 다정 꽃”전문)

다정한 사람끼리 여유를 갖고 나들이를 즐긴다는 것은 힐링이다. 게다가 그 힐링은  작은 행복감을 갖게 한다. 붙잡을 수 없는 시간 속에서 건강을 얻는다는 것은 축복 중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로 몸살을 앓았던 지난 2년은 또 다른 문화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건강을 중시한 문화는 차박을 비롯해 멍 때리기, 홀로 삶, 마스크착용 등 다양한문화를 형성케 했다. 코로나 시국을 벗어나고 있는 지금도 또 다른 문화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보다도 다정다감한 사람들의 나들이문화가 삶의 기폭제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삶을 잇고 있는 나들이문화는 일순간의 변화가 아니다. 내일을 비추는 거울이다. 다시 말해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면서 오늘을 살찌우는 활력소다. 

인생은 삶의 여행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예고하고, 젊음에서 늙음으로 가는 인생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그 시계가 멈출 때까지 삶의 여행은 지속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늙은이는 추억을 먹고 살고, 젊은이는 희망을 먹고 산다”는 프랑스 격언이 떠오른다.

인생에서 젊음과 늙음의 차이는 엄청나다. 희망이 없는 삶과 희망이 있는 삶으로 구분되면서 늙어감의 서글픔이 뒤따른다. 추억은 늙지 않는다. 그 추억을 반추하면서 살아가야하는 삶이 곧 늙음이다. 즉, 살아 온 날보다도 살아갈 날이 짧은 사람들의 삶이다.

그렇다. 멈출 줄 모르는 인생시계를 바라보면서 죽음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인생사다. 그러므로 우리인생은 정과정을 나누며 추억을 쌓으면서 살아간다. 추억은 언제나 풋풋하고 싱싱하다. 추억은 늙을 줄 모른다. 그래서 늙은이는 추억을 먹고 살아가는 것이다. 

젊음과 늙음의 단어 속에 묻어둔 인생이야기는 끝이 없다. 희망과 추억은 대치되면서도 무한한 이야기를 담아두고 있다. 즉, 시간의 흐름을 비례해서 그 흐름 속에 그려진 그림을 추억과 희망으로 명명했는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인간은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 그래서 일까? 인간제일의 욕망은 늙음을 젊음으로 되돌리려 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은 찾을 수 없는 미로다. 

지난 28일이었다. 필자는 전우회의 부부동반 나들이에 동참했었다.(전투경찰을 다녀온 사람들로 구성된 모임으로 해변대로 칭함) 그들은 코로나로 인해 2년 여 동안

모임을 갖지 못했었다. 그런 까닭에 이번 돌산나들이는 큰 의미를 지녔었다. 서로가 서로를 감싸면서 건강을 염려해주는 인정의 꽃이 피었다. 또 동안의 가내안부를 묻고 회원들의 정과정을 나누는 다정 꽃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유람선(이사부 크로즈)에 승선해 장군도와 오동도 그리고 엑스포지구 외곽바다까지 관광하고 무술목과 예술 랜드를 관광했다. 젊은이들로 장사진을 이룬 무술목과 예술 랜드는 장관이었다. 남쪽바다를 바라보면서 둥둥 떠 있는 형제 섬의 풍광도 극치였다. 해안을 감싸고도는 갯바위와 기암괴석을 앞세운 팬션 촌과 카페 촌은 이국의 경관을 연상케 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젊은 날을 회상했었다. 더욱이 희망을 먹고 사는 젊은이들 틈바귀에서 추억을 더듬고 있었다. 예술 랜드와 무술목이 개발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흘렀었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늙지 않은 추억더미가 밀려오고 있었다.

그들의 젊은 날을 돌이켜 본다. 젊은 날, 그들은 이곳에서 전투경찰 근무를 했었다. 당시의 이곳은 섬으로 침투하는 간첩들을 방어하는 전투경찰해안초소였었다. 충효사상이 지극한 젊은이로써 국가에 충성함은 물론 부모에 효도하는 강건한 청년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여수시가 난개발을 무릅쓰고 개발한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말 풍광의 아름다움과 역사가 살아있는 매력적인 관광지가 됐다. 특히 이순신장군의 전략전술이 펼쳐진 곳이며 정유재란을 방증하는 전승지다. 

잠시, 그들의 생각을 멈추고 멍을 때린다. 요즘 사람들은 가끔씩 멍을 때리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물멍, 불멍을 비롯해 온갖 사물을 바라보면서 멍 때리는 시간으로 건강과 정을 다듬는다. 아마도 그 멍 속에는 추억과 희망이 나뒹굴 것이며 그리움과 낭만도 따라붙지 않을까 싶다. 해변의 다정 꽃, 그 꽃이 피어나는 시간마다 남쪽바다는 붉고 푸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