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편집국장

엄동설한을 이겨낸 붉은 꽃이 피고 있다. 향기를 잃지 않고 핏빛 그리움을 담은 홍매 꽃이다. 순백과 고결함을 상징하는 선비들의 꽃, 낙안납월홍매 꽃이 피고 있는 것이다. 그런 까닭일까? 낙안읍성과 금둔사 그리고 선암사를 찾는 세인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선암사를 가볼까

낙안성을 가볼까

홍매 꽃잎새 사브르 사블

살갑게 피어나는 납월의 밤

잠들지 못한 홍매의 몸부림

선비의 마음을 닮았을까

옛날의 동화를 그린걸까

붉디붉은 홍매꽃 피는 밤

선암사 스님 잠꼬대는

이른 봄을 부르고

푸른 달빛 내리는 밤

납월홍매꽃 춤사위는

낙안평야 바람을 타고

향기를 잃지 않고

지조를 잃지 않고

작은 동그라미 그리는

홍매 꽃 피우는 것을

(필자의 “홍매꽃 피는 밤” 전문)

상춘객들의 나들이가 시작되지 않았는가 싶다. 붉은 홍매 꽃을 감상하려는 사람들이 낙안을 찾고 있다. 특히 선암사와 낙안읍성은 납월홍매화가 집단으로 피고 있어 탐방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세월이 가면 잊어질까? 홍매화 피면 잊어질까?” 노래를 부르던 지인들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들은 홍매화 필 무렵이면 어김없이 전화를 한다. “낙안읍성에 홍매화 피었습니까? 금둔사에 홍매화 피었습니까? 선암사에 홍매화 피었습니까?” 안부와 함께 홍매꽃 소식을 물어오는 지인들의 안부 속에는 그리움이 담겨 있다. 붉은 그리움이다.

필자의 답은 한결같다. “지금 한참 피고 있으니 직접 탐방해서 창작 하십시오” 라고 말이다. 전국일주를 하면서 명승지 실사를 좋아했던 친구를 비롯해 시인, 소설가, 수필가, 화가 등 많은 지인들의 홍매화에 얽힌 이야기는 끝이 없다.

그 중에서도 송수권 시인과 김영태 시인 그리고 송준용 수필가의 이야기는 잊을 수가 없다. 필자가 낙안읍성 초가에 기거하고 있을 때였다. 누추하고 비좁은 초가에서 밤잠을 설쳐대며 홍매화담소를 주고받았었다. 지금은 아련한 추억담도 묻어져 가고 있다. 하지만 닙월 홍매화가 피는 시기가 되면 어렴풋이 떠오른다.

낙안납월홍매화의 서식지에서부터 선비들의 이야기와 기녀에 이르기까지 홍매화의 고귀함을 논했었다. 더욱이 김영태 시인은 선암사와 금둔사찰 내에 있는 홍매화를 사랑했었다. 그는 해마다 낙안읍성과 금둔사 그리고 선암사를 탐방해 홍매 꽃이 피는 과정을 촬영했었다. 그리고 그 사진을 자신의 창작시와 함께 배포했었다.

게다가 송수권 시인과 송준용 수필가는 금둔사 지허 스님과 찻잔을 나누면서 납월홍매화에 얽힌 이야기로 납월 밤을 보내기도 했었다. 그렇다. 이른 봄을 상징하고 핏빛 그리움을 담고 있는 꽃이기에 사연도 각양각색이다. 따라서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봄비가 내리고 있다. 촉촉하게 내리는 봄비는 만물을 소생시키는 힘이 있다. 특히 납월홍매화를 피우는 활력소가 있다. 정든 사람과 함께 홍매꽃 피는 밤을 지새워볼 필요가 있다. 그 밤은 잊을 수 없는 납월 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