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양심 시인
박근혜와 최순실 게이트’로 탄핵정국을 맞이한 우리나라는 지금 촛불집회와 맞불집회로 분열되어 있다. 국민의 감정까지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이때, 우리는 누구인지, 누구를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일제강점기와 동족상잔의 비극을 거쳤다. 전쟁으로 인하여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때의 인사는 오직 “밥 먹었니, 밥 좀 주세요, 밥 많이 먹어라, 진지 잡수셨어요”라는 밥 타령이었다. 대선에 출마한 대통령은 국민들을 배부르게 해주겠다는 공약을 걸었고, 학생은 밥을 배불리 먹기 위해 공부했다. 밥을 잘 먹기 위해 기업인이 되었고, 부잣집으로 양자를 보냈고, 부잣집으로 시집을 간 처녀도 있었다. 그때는 밥이 목숨이고, 밥이 신이었다.
2010년 6월부터 9월까지 KBS 2TV에서 ‘제빵 왕 김탁구’라는 수목드라마를 방영했다. 6, 25전쟁이 끝나고 천지간이 폐허가 된 60~70년도 산업화 시대, 배고픈 시대에 주인공 팔봉선생은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빵을 만들었다. 의식주 문제가 해결된 1980년 민주화시대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빵을 만들었다. 등 따시고 배부를 때부터 자살자가 늘어나자 팔봉선생은, 사람 사는 의미, 사람 사는 맛을 충족시킬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을 만들었다. 팔봉선생이 산업화, 민주화, 선진화시대에 걸맞게 빵을 만들어가는 동안에도, 우리 국민은 오직 배불리 먹기 위해 앞만 보고 뛰었다.
그 결과 2015년 한국은, 세계경제부강 11위, 수출대국 8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 면에서 부작용을 겪었다. 배불리 먹기 위해 투쟁적으로만 살아왔기 때문에, 삶의 방향과 목표와 목적도 없이 무작정 질주하며, 무리들 속에서 떠 밀려갔다. 본질이 아닌 것, 참이 아닌 것, 정의가 아닌 것들의 노예가 되어, 스포츠맨을, 가수를, 스타를 영웅으로 알고 있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고품격 이미지가 되었고, 브랜드화가 되었다. 물질이 신이고 돈이 신(神)이 된 것이다.
한국 국민의 생사(生死)문제는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문화도, 교육도, 연예인도 모두 내가 너를 딛고 일어서지 않으면 내가 죽게 되는 게임으로 변질되었다. 상대방에게 양보하면 내가 지는 것이고, 상대방을 죽여야 내가 사는 길이 되었다. 차이나지 않는 삶을 살면서 차원 있는 삶을 원하고, 일등을 갈망하면서 평준화를 주장하고, 개발을 주장하면서 환경을 파괴하고, 행복한 삶을 요구하면서 세금 늘리는 것을 반대했다. 북한 인권유린은 침묵하면서 한국 인권유린은 침해하고 있다.
2월 25일에도 한국의 촛불과 맞불은 광화문광장에서 또한 전국 각지에서 타오를 것이다.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는 이제 한숨 돌려야 한다. 이 땅에서 슬기롭게 살다간 우리 선배님들의 삶을 문화공동체가 되어 은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어떤 가치와 의미를 추구해야 할 것인지, 우리 모두는 한국사회의 이중구조와 모순에 대하여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7-02-23 08:47 송고
2017-02-23 08:47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