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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길목에서 하늘을 바라본다.잔뜩 찡그린 하늘에서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질 것 같다. 이런 날은 인디안 수니의 “비 오는 날에 해바라기”를 듣고 싶어진다.

왜 일까? 왜 그럴까? 의아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그것은 그녀만이 지니고 있는 특유의 음색이 있다. 그 음색 속에는 따뜻한 인간미로 시골집 굴뚝연기 같은 친밀감과 자유로움이 배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시 말해, 그 굴뚝연기는 들녘에서 일하다 지친 농부들의 시장기를 달래줌은 물론 먼 길 재촉하다 피로감을 느낀 나그네에게 힘을 솟구치게 한다. 아니 고향 떠나 타향살이 하는 사람들에게 고향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하는 향수의 근원인 모정 같이 있는 것이다.

가끔 길을 걷다가 시골 외딴 집에서 몽글몽글 피어나는 굴뚝연기를 바라보노라면 뭔가 모를 정감이 솟구쳐 눈물이 고이듯 인디안 수니의 노래는 곧장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어느 누군가 말했다. 그녀의 노래를 듣노라면 쓸쓸함과 고독감 그리고 고향에 냄새를 온통 몰고 온다고 말이다.

잠시, 그의 말을 인용해 보자.

“온 국민이 사랑하는 윤동주의 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해 뜨는 아침 나라에 흐르고, 인디언 수니의 노래 ‘하늘과 바람과 별과 노래’는 세계인의 모든 가슴마다로 다정히 흐르리라. (1집 내 가슴에 달이 있다, 2집 비 오는 날 해바라기)에 이어 인디언 수니의 새로운 레퍼토리는 마치 버드나무 그늘에서 쉬어가듯 세계인의 영원한 노래 모음 (2+1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노래)다. 북미의 아름다운 섬 그늘 하와이 BYU에서 공부하고, 오랜 날을 여행하며 떠돈 인디언 수니는 보기 드문 실력을 갖춘 여성 싱어 송 라이터다. 특히, 크고 작은 환경운동 일환의 생명평화음악회는 물론이고, (저녁 강)의 애쉬드 포크록 가수 김두수의 공연에 게스트로 출연하는 등 그 실력과 음악 정신을 두루 인정 받아왔다.”고 했다.

또 그는 “그녀의 입술에 오르내린 달큼하고 쓸쓸한 노래들은 나그네새가 들려주는 고향 하늘의 안부처럼 다정하고 외롭고 눈물겹기까지 하다. <여행자의 노래> 선곡자 임의진 시인이 기획하고 전반을 꾸려내어 꽃피워 낸 사랑과 위로의 힘!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화로운 명상이 그대의 아리고 상처 많은 가슴을 오래된 좋은 친구처럼 살포시 안아줄 것이다.”고 말했다.

그렇다. 그녀의 노래는 애잔하면서도 가련한 누나의 품과 같고 조용하면서도 포근한 엄마의 젖가슴을 만지는 것 같다.

그녀가 쓴 낙서 중에는 “채 부르기도 전에” 목이 메어 와/미처 사랑노래를/부르지 못하는 나는/앞으로도 오래 그러할 것이며/당신이 대지에 입 맞추며/온 세상에 뿌리는/기쁨의 세례로/오늘도 참느라 수고한/내 메인 목을 적신다가 있다.

게다가 “늘 정감이 가고”에서는 /편안한 시골 친구의 집이 좋아/갈 때 마다 엉덩이가 떨어지질 않는데/어느 날은 파리 한 마리가 윙윙/집안을 활보하고 다니 더라/갑자기 부러워 지더라/저 파리는/주인의 허락과 상관없이/아무 때고 그 집을/들락날락할 수 있고/원한다면 상주할 수도 있는데.../그것도 그 좋은 집을/따로 관리할 필요도 없이.../그 파리의 눈엔/작은 집 하나에도/아둥바둥 하는 인간들이/얼마나 안돼 보였을까..../그냥 수니 생각

더욱이 그녀는 “더 이상 눈물이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라는 낙서에서 /동심을 잃어 가슴이 차가워졌음을,/눈물을 말려버릴 정도로/켜켜히 한이 쌓였음을/의미하는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어쩌면/한 방울도 남김없이/그래서 슬픔 앞에서/흔들림 없는 미소를 지을 수 있게/죄다 비워버림을/의미하는지도 모른다./라고 그녀의 낙서는 철학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내 가슴에 달이 있다] 이후 2년만의 기다림 끝에 선보이는 2집 '비 오는 날 해바라기'는 인디언 수니의 자기다운 면모가 가득하다.

즉, 말랑말랑한 서정미와 향긋하고 매혹적인 목소리, 간혹 집시들의 울창한 합주와 기타, 현악기의 조용한 가로수 사이로 싱그럽게 울려 퍼지리라 믿는다.

필자가 비 오는 날이면 듣고 싶어 하는 '비 오는 날 해바라기'는 칠흑 어둠과 장대비가 내리는 이 세상에서 해바라기처럼 묵묵히, 맑게 갠 하루를 기다리며 실망하지 않고 하늘을 우러를 수 있는 희망의 단초처럼 여겨지는 노래다.

아무튼 외로운 들꽃 같은 인디언 수니가 들려주는 노래는 친구랑 누이랑 엄마랑 아빠랑 모두가 함께 고향들녘을 걷고 있는 듯하다. 그녀의 노래가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