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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레피나무의 상록 삶을 살자 / 김용수
2014-10-27 오전 10:15:44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김용수1



    어이! 여기 있는 나무이름이 뭐지? 자네는 임학과를 나왔으니까 잘 알고 있으리라 믿네.”

    “예, 졸업식나뭅니다.”



    이 대화는 k선배와 필자가 s대학교 졸업식장에서 나눈 대화다. k선배는 느닷없이 졸업꽃다발에 섞여있는 나무줄기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필자에게 물어왔다. 필자는 그 당시 아무런 생각도 없이 ‘졸업식나무’라고 대답해버린 수치심이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날, k선배는 저의 무식한 답변에 실망한 나머지 “뭣이 어째야! 이 나무가 졸업식나무라고야, 이 나무를 졸업식나무라고 하는 소리는 너에게 처음 들어본다. 자네가 임학과를 나왔기에 물어보았더니 한심하기 짝이 없네 그려”



    “죄송합니다. 졸업식 날, 꽃다발을 만들 때 그 줄기를 많이 사용하므로 그냥 졸업식 나무라고 했습니다.” 웃지 못 할 헤프닝이 아닐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경박한 언행을 후회했고 그날의 수치심을 떨쳐버리려 애를 썼지만 쉽게 지울 수는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도 모르게 피시시 웃음이 나오면서 심사숙고하지 못한 자신의 언행을 되돌아보는 거울이 되었다.  



    필자가 졸업식나무로 답한 사스레피나무를 수목학에서 찾아보았다. 이 나무는 차나무과의 상록관목으로 잎은 어긋나고 혁질(革質)이며 타원형 또는 긴 타원상 넓은 피침형으로 길이 3~8cm, 나비 1~3cm이고 위로 향한 둔한 톱니가 있는 한국의 토박이 나무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의 바닷가 산기슭에서 자라며 완도의 청산도 범바위 가는 길에서 많이 자생한다. ‘사스레피’ 라는 이름은 제주도의 ‘가스레기낭’에서 유래한 것이란 견해가 있다.



    꽃은 앙증맞은 모양과는 달리 향기롭지 못한 암모니아 냄새를 피우지만 이 향기는 살균, 진정작용을 하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아황산가스에 대한 내성도 강해서 공기청정에 도움을 준다. 



    한 수목원에서는 이 나무 앞에 푯말을 세워두어 냄새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고 한다. “사스레피가 자식을 낳고 싶어 지금 냄새로 벌을 부르는 중입니다” 라고 말이다. 



    무엇보다도 사스레피나무는 그 이용가치가 높다. 가지와 잎을 태운 재나 열매는 염색재료로 사용하는데 매염제에 따라 갈색에서 겨자색까지 다양하고 고운 빛깔을 낸다. 특히 두껍고 반질반질 윤이 나는 작은 잎과 줄기는 졸업식 화환용으로 많이 이용하므로 필자에게 수치심을 안겨준 ‘졸업식나무’가 아닐 수 없다. 꽃말은 ‘당신을 사랑합니다’이며 관상용으로 심으며, 재목은 세공재(細工材)로 쓰인다.



    지난달이었다. 필자는 싸인회원(순천농림전문학교 임학과 출신들의 모임)들과 전남 광양시 진월면 망덕포구의 뒷산을 등산했다.



    섬진강줄기와 망덕포구가 합쳐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산등성이를 오르는 기분은 매우 상쾌했다. 먼발치로 우리나라 산업동맥인 광양제철소를 비롯한 연관공단이 즐비하게 늘어서있고 대형선박들이 정박해 있는 광양만이 바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졌다.



    땀이 온몸을 적셔오고 숨이 차올랐다. 삼삼오오 짝을 지은 회원들의 이야기소리가 잦아질 무렵 우림, 평사, 서연은 하산을 했다. 그 때 서연은 사스레피나무를 지목하면서 “이 나무를 심고 가꾸면 여러 가지로 유용하다고 했다.



    그는 사스레피나무에 대해 열변을 토하면서 우리사회의 현실성과 인간성을 논했다. 최소한 수목학을 전공한 임학도라면 우리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스레피나무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했다. 



    게다가 그는 산업사회에 필요한 숲 치유사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이 사회는 “꼭 필요로 하는 사람과 꼭 필요치 않는 사람, 있으나마나 하는 사람”의 세 유형이 있는데, 우리들은 전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했다. 즉, 뿌리부터 잎까지 어느 것 하나도 버릴 수 없는 사스레피나무처럼 꼭 필요로 하는 삶의 길을 살아가자고 비유철학을 설파했다.



    그렇다. 사스레피나무처럼 사시사철 푸르름을 잃지 않는 기상을 지니고 졸업식장과 예식장은 물론 언제 어디서든 필요로 하는 상록 삶을 살아가자.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4-10-27 10:15 송고
    사스레피나무의 상록 삶을 살자 / 김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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