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탁의 “막걸리 한 잔”이라는 트롯노래가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의 술, 막걸리를 주제로 한 노랫말은 서럽고도 구수하다. 그래서일까? 고유성과 특이성을 함께 지니고 있는 막걸리는 서민애환이 묻어나는 술이다. 특히 순천낙안의 전통막걸리에서 풍기는 향과 맛은 낙안만이 지니고 있는 특이 술이다. 낙안읍성성곽과
초가지붕을 연상케 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부모형제를 생각하게 한다.
낙안평야를 끼고 있는 낙안사람들은 농사일을 떠나지 못했다. 날마다 농사와 관련된 일터에서 살아야만 했다. 아마도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찾는 음식은 단연코 막걸리였다. 그 막걸리는 고된 농사일의 활력소나 다름없다. 즉, 목이 타고 배고픔이 밀려올 때는 탁탁한 막걸 리 한사발로 목마름과 허기를 달랬던 것이다.
그래서 일까? 낙안사람들은 뽀얗고 달작지근하면서도 탁한 막걸리를 즐겨 마셨다. 어머니 젖과 같은 낙안전통막걸리는 영양소가 듬뿍 담겨있다. 특히 각종 농산물과 약초뿌리, 꽃잎 등을 넣어서 빚은 농주이기에 그 맛과 향은 별미다.
우리나라 막걸리는 제조하는 과정에서 지방마다 조금의 차이가 있다. 재료를 비롯해서 빚고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지방특색이 있는 듯하다. 옛사람들은 막걸리를 탁주와 농주, 이화주라고도 했었다. 막 걸러낸 술이라고 하여 ‘막걸리’라는 이름을 붙였고, 색깔이 탁해 탁주(濁酒)나 탁배기라 했다. 또 농사를 지을 때 먹는 술이라고 해서 농주(農酒), 거르는 과정에서 찌꺼기가 남은 술이라고 해서 재주(滓酒), 신맛을 없애기 위해 재를 섞는다고 하여 회주(灰酒)라고도 했다.
막걸리가 언제부터 음용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삼국시대에도 막걸리와 유사한 술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 때부터 알려진 이화주(梨花酒)는 막걸리용 누룩을 배꽃이 필 무렵에 만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게다가 추모주(秋牟酒)는 막걸리의 일종으로 ‘조선양조사’에 수록돼 있다. 처음 대동강 일대에서 빚기 시작해서 전 국토에 전파되어 민족고유주가 됐다. 어쩌면 한국의 술, 막걸리는 토속성주임이 틀림없다.
막걸리의 막은 마구의 줄임말로 특정한 규칙 없이 대충이라는 의미와 부사의 형태로 지금 바로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말 그대로 막걸리는 '지금 바로 걸러 마시는 술'로 빚어 놓은 술에 물을 희석하면 알코올 도수가 낮아져 다른 잡균들의 증식이 일어나 빠르게 신맛이 나게 된다.
막걸리에는 유산균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장 건강은 물론 피부미용과 면역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쌀, 누룩, 물을 섞어 발효하는 과정에서 유익한 균들이 생기게 된다. 단백질, 엽산도와 함께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더욱이 항암물질로 암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따라서 성인병을 예방해주고 통풍에도 도움이 된다.
가끔 필자는 막걸리를 마시면서 막걸리에 얽힌 선인들의 이야기를 상기해본다. 선비들의 이야기에서부터 서민들의 이야기까지 무수한 이야기들은 우리전통사회의 근원이 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윤진영 친구가 전해준 선비들의 막걸리이야기는 새로운 지식이었다. 다시 말해 막걸리의 발효성과 5덕을 알게 해주었던 것이다.
조선시대 초, 명상, 정인지는 젖과 막걸리는 생김새가 같다고 했다. 아기들이 젖으로 생명을 키워 나가듯이 막걸리는 노인의 젖줄이라고 했다. 게다가 문호 서거정과 명신 손순효 등은 만년에 막걸리로 대신했는데, 병 없이 장수했고한다. 따라서 노인의 젖줄이라 함은 비단 영양보급원일 뿐 아니라 무병장수의 비밀을 암시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조선시대 중엽 이씨 성의 판서이야기는 우리 전통막걸리의 특이성을 방증했다. 방증은 소 쓸개주머니 3개에다가 소주와 약주 그리고 막걸리를 각각 채우고 처마 밑에 매어 두었다. 며칠이 지났다. 쓸개주머니를 열어 보았다. 소주를 담은 주머니는 구멍이 송송 있었고, 약주를 담은 주머니는 상해서 얇아져 있었다. 그러나 막걸리를 담은 주머니는 오히려 이전보다 두꺼워져 있었다는 것이다.
걸리의 五德역시 각인할 필요가 있다. 일덕은 취하되 인사불성인 만큼 취하지 않음이다. 이덕은 새참에 마시면 요기되는 것이다. 삼덕은 힘 빠졌을 때 기운을 돋게 하는 것이다. 사덕은 안 되는 일도 마시고 넌지시 웃으면 되는 것이다. 오덕은 더불어 마시면 응어리가 곧장 풀리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네 막걸리는 역사성과 고유성, 특이성을 지녔으며 영양까지 겸비하고 있다. 어쩌면 한국의 술답게 술술 넘어가면서 요기도 된다. 특히 초가와 돌담 그리고 죽담이 어우러진 낙안민속마을의 전통막걸리는 쌀뜨물보다도 탁한 색깔을 띠면서 맛이 있다. 또 달작지근하면서도 향이 있다. 마시면 마실수록 입안에서 딱딱 달라붙는 밀기울 맛이다. 낙안전통술, “막걸리 한 잔” 마셔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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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5 05:5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