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편집국장

졸졸졸 조르륵 조르륵

실개천물소리 조잘대는

평사마을 용정이골

버들강아지 살찌는 소리

오동포동 토동토동 통통

잔설이 녹아내리고

입담이 무르익어가는

옹달샘 바위틈새를 비집고 나온

가재 한 마리

앞걸음질도

뒷걸음질도

옆걸음질도

즐거움이네

사브작 사부작

홍매화 벙글고

샛노란 복수초 꽃

피어나는 용정이골 쉼터

돌흙담으로 지어진 움막

아궁이에 장작불 지피네

아궁이둘레로 모여든 지인들

달구어진 방바닥에 드러눕고

쉬어가는 세월소리 듣고 있네

(필자의“용정이골의 봄”전문)

“봄은 숙녀의 치맛자락에서부터 온다.”는 말이 생각난다. 어쩌면‘순천의 봄은 낙안면 평사리 용정이골에서부터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곳은 홍매화 웃음이 벙글고 샛노란 복수초가 활짝 웃으며 천리향내 그윽하게 풍기는 명소다. 높은 고지에 위치해 있어도 봄소식만은 빠르게 전해진다.

전남도립공원인 조계산으로 이어지는 고동산, 그 자락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은 용정이골 실개천을 이룬다. 이곳에서 상사호와 조정래 길을 따라가면 천년사찰인 선암사가 자리하고 있다. 게다가 주암호로 이어지는 조계산 자락에도 삼보사찰인 송광사가 자리하고 있다. 그런 연유에서일까? 관광객을 비롯한 외지인들의 나들이가 빈번하다.

대보름이 지난 후, 순천의 봄은 시작됐다. 매섭게 불어대던 겨울바람이 서서히 물러나고 훈풍의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숙녀의 옷차림이 바뀌고 관광객들의 발길도 가벼워지고 있다. 낙안들과 순천만은 완연한 봄기운이다. 연두색 풀잎이 움트고 홍매화가 피어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순천의 봄은 맛의 본향이다. 봄을 여는 생태미식을 즐길 수 있는 정원도시다. 생태와 정원을 더한 도시의 특징으로 미식문화가 발달됐다. 게미진 맛과 자연을 담은 생태미식은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진미다.

예를 들자면‘게미지다’는 먹으면 먹을수록 당기고 그리워지는 맛갈스러움을 뜻하는 전라도사투리다. 순천시는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미식을 통해 여행객들에게 게미지고 깊은 맛의 여운을 선사한다. 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자 대한민국 대표 생태도시로서 자연이 주는 먹거리와 이야기를 담아‘생태미식도시’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순천의 봄은 천연식품산지다. 쑥, 미나리, 오이, 취나물, 두릅이 산과 들에서 나고 도다리, 바지락, 가리맛조개, 칠게, 함초(퉁퉁마디) 등이 순천만 갯벌에서 생산된다. 따라서 시는 신선한 식재료를 활용, 도심 곳곳에서 봄의 맛을 경험할 수 있는 행사를 개최키로 했다. 3월 말에 개최할‘2025 순천미식주간’은 순천만국가정원 스페이스허브(남문광장)을 중심으로 열린다. 아마도 순천의 먹거리문화를 선보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 순천의 봄은 게미 있는 음식과 봄꽃의 향연이다. 겨울 끝자락부터 봄철까지 산다화를 비롯해 동백과 홍매 등 다양한 꽃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도시다. 2월에는 매곡동 일대에서 분홍빛 홍매화가 봄을 알린다. 3월에는 동천변 벚꽃이 도심과 자연을 화사하게 수놓는다. 4월에는 순천만국가정원에서 튤립, 유채꽃, 금어초 등 다채로운 봄꽃이 장관을 이룬다. 5월에는 동천 둔치를 따라 조성된 장미터널이 형형색색의 장미로 가득 채워져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언제 어느 때나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생태관광도시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낙안에서부터 순천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야기들이 꽃과 음식문화에 담겨 있다. 다시 말해, 순천심과 선비정신이 흐르는 하늘기가 서려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