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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초리파도가 몰아치는 순천만/ 김용수
2021-01-05 오전 10:17:58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김용수 편집국장



    순천만의 칼바람이 매섭다. 코로나19와 강추위가 지속되고 있는 요즘, 서민들의 삶은 더욱더 고달프다. 하루하루가 버겁고 몸서리쳐지며 무섭다. 특히 날품을 팔아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하루는 길기만 하다.

    새벽마다 인력소를 찾아나서는 사람들의 걱정은 태산 같다. 강추위가 지속되는 날이면 날품을 팔수 없을 뿐 아니라 생계유지가 어렵다는 것이다. 겨울공사는 영하의 강추위가 지속되는 날이면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공사를 시행하는 사람도, 일을 하는 사람도 모두가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 연휴였다. 필자는 코로나19로 방콕을 하고 있다가 순천만을 찾았다. 희뿌옇게 일어나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갯벌과 갈대밭을 쓸어내렸다. 그 쓸어내림은 하얀 포말과 함께 사라졌다. 괜한 공허함과 외로움이 엄습했다. 한참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것은 고독이었다. 순간, 바닷가를 배회하는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자신의 감정을 잃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외로움과 쓸쓸함은 고독을 불러일으키는 씨앗으로 여겨졌다.  

    순천만 대대포구 갈대밭을 지나 해수로 근처에 당도했다. 다정스럽게 팔장을 끼고서 정담을 나누는 50대 부부를 만났다. 부부는 새벽이면 인력소를 찾아가 날품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영세민이었다. 그 부부는 강추위와 연휴가 겹쳐 순천만 구경을 나왔는데, 주위풍광이 너무도 아름다워 집에 갈 생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의 뒷모습엔 어딘가 모르는 서글픔이 묻어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부부에겐 자식을 가슴에 묻는 아픔이 있었다.

    영문도 모르는 필자는“이런 날은 따뜻한 방안에서 밤과 고구마를 구워먹으면서 구수한 옛날이야기나 나누세요.”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다음날이었다. 새벽에 일어나서 동천 변을 걷다가 순천만 습지를 거쳐 용산 전망대까지 산책을 했다. 전망대에서 화포마을을 비롯해 여자만과 고흥만을 바라보았다. 매우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졌다. 회초리파도가 밀려오면서 빈 그릇과 빈 마음을 갖게 했다. 즉, 날품을 파는 서민들의 애환을 생각하게 했다. 비록 주머니가 비어있고 가난이 덕지덕지 묻어 있어도  즐거운 시간 앞에서는 그 어떠한 애환도 물러난다는 것이다. 행복이라는 것도 마음먹기에 달렸다. 따라서 서민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수 있는 회초리파도의 역할상이 그려졌다. 

    필자는 새벽이면 인력소를 찾는 50대부부와 순천만의 회초리파도를 연상하면서 다음과 같은 낙서를 했다.

    바다를 때리고 다독이는
    회초리파도가 울부짖고 있다
    빈집
    빈터
    빈 들판
    빈 바닷가
    빈 마음의 멍울이
    갈대밭을 뒤 흔들고 있다
    시푸른바다를 떠다니다
    뭍으로 밀려나온 유빙은
    소한대한추위를
    견디라고 견디어내라고
    쏴아 철썩철썩
    바다를 때리는 걸까
    갯벌을 때리는 걸까
    허울을 때리는 걸까
    앞뒤로 후려치고
    양옆으로 휘갈기는
    회초리파도 숙명론이 예사롭지 않다
    슬금슬금 물러서는 바닷물
    자꾸자꾸 비워지는 바닷가
    빈 그릇이다
    빈 마음이다
    (필자의“회초리파도”전문)

    50대 부부의 뒷이야기다. 그들은 서민아파트에 전세를 살면서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가는 잉꼬부부였다. 가진 것은 없지만 마음만은 부자로 살아간다는 여유를 지닌 부부였다. 그들은 슬하에 3남매를 둔 부모로써 교육철학이 반듯했다. 예의범절과 미풍양속을 지킬 줄 아는
    대가족의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자식들을 가르칠 때 사랑의 매인 회초리를 들었다는 그들의 참교육은 필자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잊지 못할 슬픔이 있었다. 딸자식을 가슴에 묻은 아픔이 있었던 것이다.

    가끔 우리들은 사랑의 매와 감정의 매의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회초리 매를 때리는 것은 사랑으로 때리는 것이고, 그 이외의 매로 때리는 것은 감정의 매라고 했다. 따라서 필자의 “회초리파도”라는 시어는 사랑의 매를 이미지화 했다.

    어쩌면 우리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욕심과 이기심은 불화를 부르는 불행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불행과 행복은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다. 아주작고 소소한 것에서부터 행복은 찾아온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사에 긍정적인 생각으로 즐겁게 생활해야 한다. 틈나는 대로 비우는 연습을 해야 한다. 비울수록 가벼워지고 가벼워질수록 날기가 쉬워질 것이다. 비움의 생각은 자유다. 그 자유는 하늘을 날을 것이다. 회초리파도가 몰아치는 순천만은 오늘도 사랑의 매시지를 보내고 있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21-01-05 10:17 송고
    회초리파도가 몰아치는 순천만/ 김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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