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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귀를 기울이다 / 정홍순
2014-09-24 오전 11:38:40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해가 귀를 묻고 있어

    저녁거리로 비린내 물고 일어나던 일몰의 날개

    노을 깃 퍼덕이며 해당화 길게 배웅하는 백수

     

    바다건너 닭 울음으로 자라난 운남성

    보현보살의 귀 달여 마신 날에는

    잠이 더디게도 오던

    자사오의 붉은 빛이 고구마두둑처럼 어리어

     

    고랑에 물이 찰랑찰랑 차올라

    턱턱 돌멩이 낯바닥 허옇게 거스름 한 얼굴

    물의 수염이 자라나 깎이고

    자라나 무지러지는 가세질이 능숙한 아비로

     

    불어온 칠산 아가의 배냇머리

    헛구역질하며 떠난 어미가 자맥질하는

    모래미 옆구리 치고 백바위 틈바구니에서 핀

    푸른 너울소리 귀 묻고 듣는 날

     

    밀대에 산이 되랴 염전바닥으로

    하얗게 기다리던 꽃

    몸 꽃 북두성 이끌고 칠산 이로 살았다는

    사승도 없는 봉분 까치가 똥 파듯 벌초한

    무덤에 귀를 묻은 허리 구부린 쑥부쟁이

     

    불쟁이 딸이

    오줌 싸 키우는 자갈밭

    새앙치 딸린 쟁기로 퍼렇게 갈아 잦히고 있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4-09-24 11:3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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