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백누이 속살이 드러나고 있다
눈부시도록 하얗고 그 하얀 속살 넘보는
산객들이 자빠지고 미끄러지고 구르고 있다
태백누이 무시다리 거쳐
어깨능선 젖무덤까지 이어지는
하얀 속살너머 미끄러운 길
은나라 주왕, 달기왕비 *‘주해육림’ 길
칼바람 맞서며 미끄럼을 탄다
문수봉 입술 들이대고
무쇠봉 콧대 세우고
천재단 이마 내밀고
장군봉 머릿결 출렁이며
눈바람에 돌아눕는 태백누이 하얀 몸매를
흘깃흘깃 훔쳐보는 구름 떼
파란하늘가로 밀려 날 때쯤
백발이 희끗한 산객들도 곤돌라타고
뻘겋게 달군 *녹대궁궐 청동기둥 굴린다
하얗게 피고 지는 눈꽃, 그 끝에 달랑거리다
다소곳이 드러나는 태백누이 하얀 속살
그 위로 썰매놀이 한창인 미끄럼 족들
세상물정 아는지 모르는지
온통 하얀 속살에 미끄러지고 있다
태백누이는
물이 얼고 얼음이 녹아내리며
수증기로 날아다니다가 하얀 속살 찌운다는 것을
애간장 태우고 오장육부 휘도는 오르가즘인 것을
뽀드득 소리 사라지고 움트는 소리 들리는 것을
* 주해육림(酒海肉林) / 연못에 술을 가득 채워놓고 나무 위에 고기 덩어리를 매달아둔 것. 주왕과 달기왕비가 정사를 할 때 궁녀와 환관들을 불러 모아서 나체로 씨름을 하게 한 다음, 승자는 주해에 들어가서 마음껏 먹고 마시게 하고, 패자는 주왕의 존엄함을 욕되게 했다고 하여 '돈분'에 집어넣었다고 함.
* 녹대궁궐 청동기둥 / '포락(炮烙: 통째로 굽는다는 뜻)하기 위해 시뻘겋게 타는 숯불을 그 안에 넣고 죄수를 벌거벗긴 채 붉게 달아오른 청동기둥을 붙잡게 해 통째로 구워지는 형벌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5-02-09 09:06 송고
2015-02-12 19:13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