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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
  이 노래는 우리 집에서 늘 들을 수 있는 노래인데 우리 할머니가 요즘 부르시는 애창곡인 셈이다. 우리 할머니는 79세이신데, 체구는 조그맣고 까만 편이며,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얼굴과 손등은 주름살이 굵게 자리 잡고 있는 전형적인 시골 할머니 스타일이시다.
  우리 할머니는 부모님이 밖에서 일을 하시는 관계로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나를 업어 기르셨고, 나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셨고, 얼마 전까지는 내 식사와 내방 청소를 늘 도와주셨던 분이시다. 그리고 학교에 갔다 오는 나를 보면 얼굴 전체에 함박웃음을 짓고 좋아하셨던 분이시다. 한마디로 바쁜 부모님 대신에 우리 집을 지켜주고 살림을 살아 주고, 이끌어가는 우리가족의 대들보요, 파수꾼이셨다.
  그런데, 나는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우리 할머니 모습이 친구들 멋쟁이 할머니와 비교가 되었고 그런 할머니가 점점 창피하다고 생각이 되었다.
  “할머니, 밖에서 날 보면 아는 체 하지 마, 창피해!”
  퉁명스럽게 한마디씩을 던지곤 하였다. 그런 일상이 계속되던 중 지난 여름방학 무렵부터  할머니가 이상한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셨다.
 『내가 살든 고행은 꽃피는 산골~~! ♪♬』
  박자도 음정도 노랫말도 다 틀리게 이 노래만 부르시는 것이다. 그렇게 예뻐하던 날 봐도, 우리 부모님을 봐도 무관심하고 좀 엉뚱하고 다른 행동만 하셨다. 걱정을 안고 병원을 찾은 우리가족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병명은 말로만 듣던 노인성 치매! 할머니는 복잡한 지금보다는 과거 속 10세 정도의 연령에서 편하게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가족은 큰일났다며 할머니가 하시던 일을 역할분담 하기로 했고, 할머니를 대신 보살펴드리기로 했다. 아버지는 바깥일을, 어머니는 집안일을, 나는 할머니의 작은 시중을 들기로 했다.
내가 해야 할 할머니의 작은 시중은,
매일매일 하루에 한 번 할머니 손발 닦아드리기, 하교 후 할머니 곁에서 조곤조곤 이야기 나누기, 할머니 방 청소하기를 맡았는데 큰 맘 먹고 꾹꾹 참으며 1주일 정도를 하고나니
  ‘하~~! 이건 보통일이 아니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도 내가 맡은 일이니 하고 있긴 하지만 늘어나는 학교공부와 학원공부와 조그만 효도를 병행하자니 너무 힘이 들고 건성건성 해지는 것 같아 할머니가 귀찮아졌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할머니께 너무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서 부모님께는 점점 짜증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제 겨우 3개월쯤 지났는데 우리 가족은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요양원 얘기를 하게 되었다.
  “누구네 할아버지는 00요양원에 계시는데 잘 계신다고 하더라.”는 식으로.....
  난 오늘 이글을 쓰면서 많이 반성한다. 우리 할머니께서는 지금 13살의 내가 있도록 보살펴주신 분인데....지금까지 우리 집을 이끌어 오신 분인데....어떻게 요양원엘 가시게 하냐고...? 혼잣말로 중얼거려봅니다.
  ‘할머니, 좀 더 건강하게 계시지...왜 이렇게 빨리 병에 걸리셨어요?’
  ‘할머니는 나처럼 얼마나 부모님의 사랑 속에서 좀 더 행복하고 싶으셨으면 10세의 어린시절 기억만 고집하실까...?’
  ‘할머니, 죄송합니다.’
  이런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보니 눈물방울이 주루륵 흘러내렸다. 할머니, 절대로 요양원까지 가시면 안 돼요. 더 나빠지지만 마세요. 지금 이대로라도 우리들 곁에 오래오래 계셔주세요. 이 못난 손녀딸이 내일 저녁부터는 더 잘 보살펴 드릴게요. 사랑하는 마음으로 할머니 손발 닦아드릴게요. 그리고 우리 반 개구쟁이 아이들 얘기도 조곤조곤 들려드릴게요.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
할머니, 할머니, 우리 할머니,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