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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나무, 태풍 볼라벤에 쓰러지기까지
태백산맥 지류 넘나들던 구름떼들
비 갈라 손모심어 키운 들판 낫질로 거둬 공출 실어내던
전동 땅에 서서 그늘이 되었을 터
벌교사람들 피맺힌 항쟁으로 서 있었을 터
다시 거슬러
그늘 속에 묻어두기까지
한 때는 미국깃발같이 마을 입구에 섰던 美柳나무
帝釋山이 갯마중 가는
별량 과동마을로 이주되었다
죽어 다시 사는 오래 기다린 생
뜻 없이 섰다가도 뜻이 되는 나무인생
그 많은 말들
단단한 크기로 써낸 문장으로 읽히고 있다
수려한 문장마을 과동
아름드리 소나무 연못에 별 띄우던 솔정지 있었고
허벅지 살 떼서 간병하신 창원박씨 할머니 계셨고
할머니 효열은 청주한씨 일가 기적비로 서고
미루나무는 솔정지에 서서
기호적 언어*가 되기까지
돌에 귀가 열리듯 나무에도 귀가 열리는 법이었다
비쩍 말라붙은 버섯
고흐가 귀를 잘라 들은 언어가 무엇이었을까
150년 전쯤 참을 수 없는 난청의 사내
서른일곱 살의 색채가 기호마을 과동에서 피었다
*화가 박명희의 작품에서 빌려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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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4 18:38 송고
2014-07-04 18:39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