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편집국장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미, 사, 고의 고운 말 사용이 생각난다. 아마도 배려속의 여름소리일지도 모른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상대방의 기분을 유쾌하게 할 때, 그 사회는 따뜻함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사회가 아닐까 싶다.
호국보훈의 달, 유월도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벌서부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여름소리를 내고 있는 듯싶다. 사람마다 더위를 이기는 방법과 여름을 즐기는 시간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계절이다. 더욱이 더위와 함께 찾아온 여름소리는 배려하는 마음 없이 들을 수가 없다고 한다.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리에 마친 순천사람들은 미, 사, 고의 여름소리가 몸에 배있다. 언제, 어느 곳에서든지, 상대방에게 미, 사, 고라는 따스한 말붙임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그런 까닭일까? 그런 연유일까? 어느 듯 사람들의 입에서는 미, 사, 고의 아름다운 소리가 순천의 여름소리로 회자되고 있다. 특이하게도 여수에서 돈 자랑하지 말고, 벌교에서 주먹자랑하지 말고, 고흥에서 힘자랑 하지 말고, 순천에서 인물자랑하지 말라는 설이 있다. 지금은 그 인물자랑 외에도 여름소리가 덧붙은 순천자랑이 되고 있다.
지난주였다. 필자일행은 남해를 거쳐 사천시 솔 섬에서 2박3일 캠핑을 다녀왔었다. 그곳여행에서 느낀 정담을 게재해 볼까 싶다. 가득이나 이기적인 사회적 분위기속에서 사람내음이 물씬 풍기는 정담이 오고갔었다는 것은 잊을 수 없는 추억담이 됐다.
사천시 솔 섬에서 만난 부부의 이야기다. 그들은 전화응답부터 상냥한 말씨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었다. 길안내에서에부터 지역의 특이성과 사용요금에 이르기까지 자세하게 설명하는 성의를 보였었다.
역시, 솔 섬은 조용한 피서지였다. 소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있는 섬으로 지금은 굴양식과 함께 관광지로 변하고 있다. 솔 섬과 비토바다는 이순신장군 전적지의 역사현장이기도 하다. 주위 경관이 수려하고 저수지와 흡사한 바다물결이 일렁이는 한적한 피서지로 각광을 받을만하다.
이웃을 모르고 미, 사, 고를 잃어버린 젊은이들이 텐트 밖에서 불 멍을 때리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시간을 즐기기에 급급했었다. 인간관계의 인사성은 없었다. 목례도 없었다. 오직 자신들만의 사고관념으로 편안함만을 추구하고 있었다. 경노효친사상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남은 음식과 사용물건도 쓰레기로 버리는 편의주의였다. 순간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스러웠다.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먹는 음식과 사용도구를 쓰레기로 취급했는지에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제대국인 선진국들의 젊은이들도 저런 행동을 할까? 라는 의구심도 가져 보면서 현실의 안일함에 화가 솟았었다.
하지만 어쩌랴! 기성세대들의 무능한 교육에서 비롯된 척박함을 젊은이들에게 돌릴 수는 없지 않는가? 무엇보다도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대한민국의 급박한 젊은이들의 사회분위기 속에서 그 이상의 기대는 무의미한 것으로 생각됐었다.
이튿날이었다. 오토캠핑장부부와 필자일행은 정담을 나누기 시작했었다. 사는 곳에서부터 가족사까지 자세하게 대화를 나눴었다. 작업복차림으로 주변청소를 일삼는 남편의 일상이 보여주듯 그들의 생활은 소박했었다. 필자는 수백억대의 재산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검소하게 생활하는 부부의 생활상과 젊은 캠핑객들의 생활상을 비교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내 역시도 편안함이 묻어나는 따뜻한 성품을 지녔었다. 젊은 날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면서 꽃게 한 바구니를 가져다주었다. 비토바다에서 잡아왔다는 꽃게는 싱싱하게 살아있었다. 저녁식단에 된장을 풀어 만든 꽃게탕이 올라왔다. 정말 맛이 있었고 별미였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곳 솔 섬 오토캠핑장은 주로 젊은 층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그런데 노부부들이 이곳 캠핑장을 찾았다는 점에서 새롭게 보입니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십시오.”라는 부부의 여름소리가 생생하다.
미, 고, 사의 순천의 여름소리를 떠나 캠핑장부부의 여름소리와 함께 솔 섬의 여름소리까지도 비토바다를 서성거린다. 별주부전의 전설바다로 알려진 바다, 그 바다의 문을 여는 여름소리가 귓전을 맴돈다.
비스듬이 누운
유월 햇살 뒤로
솔 섬 소리 들려오네요
비토바다 둘러친
솔 섬 오토캠핑장
문득생 이야기소리는
해묵은 어촌을 깨우고
손님맞이 웃음꽃 피우네요
서럽게 울어대는
어미 소 울음소리
새끼를 찾고
정적 깨는
뻐꾸기소리
새벽을 열고
먹이 찾는 길냥이소리
서글픔이 묻어 나네요
비토 섬 휘도는
굴 바람소리
어민애환 풀어주고
솔 섬 끌어안은
야영장소리
바다여는 문소리네요
(필자의 졸시‘솔 섬 소리’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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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4 09:26 송고
2024-06-24 12:37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