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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에 / 오양심 시인
 
2017-05-23 오후 7:31:28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서울에서
    순천에 이사를 오자마자
    마당에 교실 두 칸을 들여놓고
    개 코보다 작은 사무실도 들여놓고
    그 중간 윗부분에
    한국어세계화운동본부라는 간판을 걸었다

    심훈은 상록수에서
    한국의 농촌계몽운동으로
    교육에 열정을 바쳤고
    알퐁스도데는 마지막수업에서
    칠판에 프랑스 만세라고 써놓고
    뒤돌아서서 눈물을 삼켰다는데

    나는 누구를 위해서
    남도 끝 여기까지 와서
    어쭙잖은 교실을 만들었을까?
    체면불고 텃밭에서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ㅊ’ 자로 시작하고 ‘ㅊ’자로 끝나는
    청양고추에게 손나팔을 귀에 대고 물어보았다

    그도 내 귀에 대고
    심은 대로 거두기 위해서
    라고 말해주었다
    세종대왕님 죄송합니다 당신이
    훈민정음을 지어주신 오백예순일곱 해 만에
    한글날이 법정공휴일로 재 지정되었습니다

    제 이름은 양심이에요 드디어
    양심시대가 도래 되었어요 당신이 읽기 쉽고
    쓰기 쉬운 한글을 만들어주셨으니 저도 세종대왕님처럼
    지구촌 식구들이 한글을 쉽게 쓸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어요
    청양고추처럼 맵디매운 일생을 살아가면서
    처음도 끝도 ‘ㅊ’자로 이 세상을 빛내고 싶어요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7-05-23 19:31 송고
    한글날에 / 오양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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