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순천에 이사를 오자마자
마당에 교실 두 칸을 들여놓고
개 코보다 작은 사무실도 들여놓고
그 중간 윗부분에
한국어세계화운동본부라는 간판을 걸었다
심훈은 상록수에서
한국의 농촌계몽운동으로
교육에 열정을 바쳤고
알퐁스도데는 마지막수업에서
칠판에 프랑스 만세라고 써놓고
뒤돌아서서 눈물을 삼켰다는데
나는 누구를 위해서
남도 끝 여기까지 와서
어쭙잖은 교실을 만들었을까?
체면불고 텃밭에서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ㅊ’ 자로 시작하고 ‘ㅊ’자로 끝나는
청양고추에게 손나팔을 귀에 대고 물어보았다
그도 내 귀에 대고
심은 대로 거두기 위해서
라고 말해주었다
세종대왕님 죄송합니다 당신이
훈민정음을 지어주신 오백예순일곱 해 만에
한글날이 법정공휴일로 재 지정되었습니다
제 이름은 양심이에요 드디어
양심시대가 도래 되었어요 당신이 읽기 쉽고
쓰기 쉬운 한글을 만들어주셨으니 저도 세종대왕님처럼
지구촌 식구들이 한글을 쉽게 쓸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어요
청양고추처럼 맵디매운 일생을 살아가면서
처음도 끝도 ‘ㅊ’자로 이 세상을 빛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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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3 19:3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