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은 박재삼(朴在森, 1933∼1997)의 대표 시이다. 1959년 2월 <사상계>에 발표되어 있는 박재삼의 초기 작품으로 그의 시 세계를 함축적으로 엿볼 수 있다.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의 근원은 박재삼의 개인적 체험이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 특히 청소년의 마음은 작은 일에도 좌절하고 흔들린다고 노래하고 있다. 그 어려움을 홀로 삭여야 할 때 눈물은 나고 정화가 된다.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은 슬픔이면서 아름다운 눈물의 경지이다. 세상살이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살아가다보면 소리 죽은 울음이 나올 때가 있다. 그 울음은 불순하거나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하는 힘이 되어 황홀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다. 가을 강인 자연은 아름다운 노을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깊은 깨달음이다. 박재삼의 시 세계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아이러니하다. 자연은 완벽하나 인간은 보잘 것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에 의지하여 지혜를 배워야 한다고 노래하고 있다. 박재삼에게 자연은 지고지순(至高至純, 더없이 높고 순수함)한 아름다움에 도달해 있는 세계라고 할 수 있다.(詩人, 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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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9 05:16 송고
2013-06-01 06:08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