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변환_김용수

잔인한 4월이다. 꽃피고 새우는 봄이면 순천만정원으로 가보자. 그곳에는 수많은 꽃과 나무들이 어우러져 힐링문화의 장을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인정이 샘솟는 평화의 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특히 도심을 가로지르면서 유유히 흐르는 동천 변에는 분홍빛 벚꽃과 노란 개나리가 만발해 도시민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외지인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조계산을 비롯해 수많은 산들이 둘러싸고 있는 전남 순천시는 하늘이 내려진 지구촌의 대정원이라 아니할 수 없다. 산에서 발생되는 맑은 공기와 계곡에서 흐르는 물은 말할 나위도 없이 신선하지만 도심한복판을 흐르는 동천과 이사천도 일급수를 유지하고 있다.

가끔 필자는 순천만정원과 동천을 사색하면서 걷는 습관이 있다. 그것은 갈대가 서걱거리는 갈대숲과 S자를 그리는 해수로의 풍광을 바라보면서 시심을 키우며 힐링문화를 즐기기 때문이다.

지난주였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동천 변에는 수많은 인파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가족단위의 도시민은 물론 외지인들까지 사람꽃을 피우고 있었다. 봉화산 둘레길의 시발점인 동천을 가로지른 징검다리에서부터 순천만어귀까지 이어지는 사람꽃은 장관이었다.

아마도 순천시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동천 변을 거니는 인파가 몰리지 않았는가 싶다. 순간 구름인파가 몰리는 동천 변에서 아름다운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순천에 외가를 둔 경상도소년과 순천시의 소녀이야기다. 그들은 동천 변에 피어있는 벚꽃나무 아래서 자신들이 처해있는 결손가정의 아픔을 나누다가 서로가 좋아하는 인연을 맺게 됐다는 것이다.

그날, 그 소년과 소녀는 동천 변에 널브러진 휴지와 쓰레기를 말없이 주우면서 “자신들이 처해있는 결손가정의 아픔을 서로가 다독인다.”며 “순천만정원은 아름다운 삼천리금수강산 중에서도 제일 아름다운 곳으로 이러한 장소에서 사랑을 나누며, 환경도 가꿔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게다가 소년소녀는 동천 변에서의 만남을 못내 아쉬워하면서 헤어져야 할 시간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렇다. 벚꽃에 물든 그들의 사랑은 동천의 일급수를 따라 흐르고 순천만정원에 모여든 사람들의 인정은 나눔을 따라 흐를 것이다.

생각해보자. 순천만정원개장식이 오는 19일이다. 그날에는 인기연예인들이 대거 출연하고 많은 사람들이 운집할 것이다. 행사를 치루기 위한 옵션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순천만정원을 널리 알리고 순천만정원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리라 믿는다.

하지만 순천만정원은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힐링정원으로 인정이 넘치는 인정꽃이 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시 말해 마음과 마음이 소통하면서 아름다운 순천인들의 끈끈한 정들이 전해질 수 있는 순천심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인간이 욕망을 지닌 동물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해도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인류를 파괴하는 게 합리화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유한한 지구의 자원을 가지고 누군가가 지나치게 많이 누릴 수는 없다. 언제나 나눔의 미학을 지녀야 한다.

어쩌면 아름다운 순천만정원풍광보다도, 힐링문화 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소외 내지는 고독한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순천사람들의 상냥하면서도 친절한 언행일치일 것같다.

그래서인지, 동천은 시민들의 대표적인 휴식, 운동공간으로 하루 평균 5000여 명의 시민이 이용하는 곳으로 화장실 8개소, 수변공원 2개소, 음수대 3개소, 운동기구 117개 등 다양한 시민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또 서면 선평리에서 맑은물관리센터까지 총 22.5㎞의 자전거도로는 지난 2002년 탄성포장을 해 자전거를 즐기는 시민들의 최적 하이킹 코스로 주목받고 있다.

아무튼 엘리어트의 황무지라는 시가 생각난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추억과 욕정을 뒤섞고/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웁니다/겨울은 오히려 따뜻했지요/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마른 뿌리로 약간의 목숨을 남겨 주었습니다(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