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변환_SNC00305
아침에 그려 아침 먹고
저녁에 그려 저녁을 먹어도
행복했던 사내
배고픔에 시든 사람
술고픔에 찌든 사람
사랑고파 멍든 자들을 다 누르고
공산무인도의 적요와
조어산수도의 풍류와
화룡도의 날씨를 얻어
길을 나서면 인생이 다 무어냐
별 것이 아니더라
아부하는 그림을 싫다며
스스로 눈을 찔러 자존심을 지켰던 사내
금강산 구룡폭포의 풍류에 매료되어
천하의 명인 호생관이
이곳 밖에는 죽을 데가 어디 있겠냐며
풍덩! 돌아볼 것 없이 투신했던 사내
아, 일찍이 왕조시대에는 없었던
반 고흐의 피여 눈이여 귀여
살아 있어도
붓 한 자루만 있으면
이승과 저승의 문턱을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었던 그는
그의 수작 ‘풍설야귀인’을 따라갔는 지
소식이 없다
★최 북: 국립 전주박물관에서 있었던 조선 후기 화가 최북 탄신 300주년 기념
특별기획전을 보고. 최북은 19세기 중엽 활동한 중인신분의 화가로
평생을 붓 한 자루로 살았으면서도 화가로서의 자존심을 버리지 않았
다함. 그의 삶이 사뭇 굴곡지고 매끄럽지 못했던 것은 신분사회에 대한
도전이었던 것으로 보여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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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4 10:29 송고
2012-09-14 12:55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