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함이 고이는 미조포구 / 김용수

김용수 편집국장
해당화 피는 미조포구는 아름다웠다. 항구의 화단에 식재돼 있는 수국과 붉게 핀 해당화는 이방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특히 어부들의 삶이 꿈틀 거리는 미조항구는 새벽부터 요란했다. 어선들의 엔진소리를 씻겨주는 파도소리와 어부들의 힘쓰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아니다. 먼 바다의 심장소리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름다운 어항으로 불리는 미조포구, 그곳에는 낭만의 시간을 갖는 탐방객들이 줄을 있고 있었다. 승용차를 비롯해 관광버스까지 대형주차장을 가득 채우면서 수많은 탐방객들의 발길을 옮겨주고 있었다. 그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미조마을의 곳곳을 살펴보면서 어부의 삶을 엿 보았었다.
정박해둔 어선들의 한산한 모습과 단독주택, 아파트, 빌라 촌, 팬션 촌 등 주거지를 둘러보았다. 어촌마을의 이미지를 벗어나고 있는 현재의 모습은 뭔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예부터 남해의 전진기지역할을 해오고 있었던 미조마을은 부촌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황금어장을 중심으로 생산되는 어획량과 그로 인해 발생되는 어촌수입금은 이를 방증했다.
주변경관역시 아름다움의 극치다. 올망졸망한 작은 섬들이 있고 따스함이 고이는 곳이다. 彌助라는 지명의 유래마냥 남해의 끝자락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마을이다. 그래서인지, 주민들의 삶도 순수하다.
공용주차장 바다광장에 세워진 오인태 시인의 “미조포구”는 오가는 길손들에게 그리움과 함께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오 시인은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모이게 하는 곳으로 모든 것이 모여드는 미조포구라고 했다.
잠시, 그 명시를 옮겨본다. “물은 낮은 데로 흐르고/ 사람의 마음은 따뜻한 곳으로/ 고여 듦을 알겠네//
여기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새섬 범섬 매섬 뱀섬/ 그 올망졸망한 섬들과/ 바다를 떠돌던 고단한 배들//
또한 제집들 듯 찾아와 마음을 풀어놓고/ 밤이면 불빛 환하니/ 참 따뜻해라 거기//
미륵이 아직 머물러 계시더라//(미조포구 전문)
그렇다. 미조항 “촌놈 횟집”의 박대엽씨와 20 여 년간의 우정을 나눴었던 오 시인은 미조마을의 교육열에 힘을 쏟았었다. 다시 말해 미조초등학교로 전근 온 오 시인은 아이들의 절도행위와 부도덕적인 문제점을 바로잡았던 장본인이다. 당시, 교육현실의 안타까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를 고민하면서 드나들던 술집이 “촌놈 횟집”이었다. 사진작가이며 촌놈횟집의 주인이었던 박씨는 오 시인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의 참교육에 동참했었다.
그들은 틈이 나면 사진과 펜으로 시를 썼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교육정서에 도움이 되는 작품들을 탄생시켰으며 따뜻한 마을정서를 심어주었다. 어쩌면 소홀한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의 참모습을 가르쳤는지도 모른다.
어촌생활의 단면을 살펴보자. 생활고를 해결해야하는 아버지의 일상은 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나가야 했고, 어머니역시 갯것을 해서 가정살림을 꾸려야했기에 가정교육은 소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 시인과 박 작가는 열악한 가정환경의 아이들에게 올바른 교육을 가르쳤었다. 부처가 남해에 수행하러 왔다가 갑자기 불어나는 물로 인해 오고 갈수 없었는데, 불쑥 부처님 앞에 마을 앞섬 하나가 자진해서 엎드려 디딤돌이 돼주어 미륵이 도왔다고 해서 미조마을이라는 것이다. 즉, 미륵이 도왔다는 것이다. 아마도 남해의 최남단에 자리한 마을로써 그 아름다움이 빼어난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북항과 남항으로 나누어진 미조항은 동백과 잣밤나무 해송 등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의 극치다.
망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노량과 하동 사천방향으로 국가의 위급사항을 알리던 봉수대가 있었고, 미조초등학교 뒤, 망산 자락에는 조선 성종시대에 왜구의 침범을 막기 위해 축성한 성곽이 있다. 또 임진왜란 시 이 충무공이 지휘하던 함선과 부산 첨사 충정공 한백록 장군의 전함, 전선, 병선, 하우선과 수백명의 용병이 이곳 앞바다에서 왜군과 싸우다 전사한 곳이다. 아직도 700미터의 성곽이 남아 있다.
이외에도 미조본촌마을과 사항마을을 가르는 미조 상록수림이 있다. 이곳은 마을의 지형적인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선조들이 숲을 가꾸어 왔다고 한다. 현재는 천연기념물 제29호로 지정돼 마을사람들과 탐방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더욱이 힐링을 즐기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사랑받는 상록수림이 되고 있다.
아무튼 모든 따스함이 스며들고 따뜻한 사람들의 마음이 고이는 미조포구는 남해 최남단의 보고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삼천리금수강산인 미조포구 사랑은 현대인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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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30 08:5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