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봄날이다 아기 손톱보다 작은 새싹들이 여기저기서 뾰조록하게 얼굴을 내민다 갓 깨어난 털이 보송보송한 여남은 마리의 삥아리가 달구 장태를 빠져나와 남새밭에서 놀고 있는데 담장 밑에서 입맛을 다시며 다가오는 놈이 있다 구렁이다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어미닭은 날개를 펼쳐 아직 아랫도리에 힘이 부친 새끼들을 품속으로 거두어들인다 인정사정없이 돌격을 해온 놈이 혀를 길게 빼어 달구새끼 뒷다리를 낚아채려는 순간 어미닭의 외마디 소리를 들은 백구가 달려와 으르릉거린다 아쉬운 듯 머리를 긁적긁적한 능구렁이가 슬며시 물러나고 엄마 품을 빠져나온 삥아리들은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것도 잠시 나뭇가지위에서 맴을 돌며 기회를 엿보던 도채비가 다짜고짜 땅으로 내려와 그 중 한 마리를 물고 하늘로 올라간다 달구가리를 기댄 어미닭이 땅에 털썩 주저앉는다 새파랗게 질린 삥아리들은 포깍질까지 해대며 어미 품을 파고들어 꽁댕이만 내놓고 부들부들 떨고 있다
그 멀고
험난한 세상 속에서
어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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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5 06:29 송고
2013-03-05 07:02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