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일과를 마치고
텔레비전 앞에 앉아있으니
어느 탈북자 어머니의
썩어서 문드러진 마음이
분단된 아픔을 절규하고 있네요
아버지! 저도 가슴이 미어져서 통일
통일밖에는 생각나는 단어가 없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우편집배원이 되어
색이 바랜 우편가방을 어께에 둘러메고
남북을 오가며 소식을 전해주셨던 아버지
눈물로 얼룩진 화면 속 어머니는 최․영․옥이고
주소는 황해도 개성 땅이라고 말하면서
북한에 두고 온 딸에게
편지 한통과 따뜻한 털옷을 전해줄 그 옛날
그 우체부를 울면서 흐느끼면서
애타게 찾고 있네요
때로는 폭풍우를 길동무삼아
오뉴월 뙤약볕에도 허기진 배를 달래가며
편지와 소포를 전해주셨던 아버지를요
세월은 유수라서 멈추지 않는 물이라서
아버지의 추억은 희미하게 빛이 바래버렸고
아버지는 발바닥이 닳고 닳아서 돌아가셨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살기가 많이 좋아져서 빨간 자전거
빨간 오토바이로 우편배달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남북통일이 되지 않아서
발꾸락 열 개가 모두 닳아 없어진 아버지밖에는
자유롭게 삼팔선을 넘나들 수가 없다고 합니다
아버지! 하루빨리 이 땅에
다시 오셔서
목소리
대문을 열고 들어온
반가운 목소리를 들려주십시오
남한사람 북한사람 우리 모두가 그리워하고 있는
아버지의 그 목소리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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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3 09:3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