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편집국장
“붉은악마” 어느 누가 명명했는지도 모른다. 그 붉은악마의 힘은 지구촌을 놀라게 했다. 하나로 똘똘 뭉치는 힘! 대한민국이었다. 온 국민이 하나로 뭉쳐 태극물결을 이루며 거리응원을 펼쳤던 2002년 6월은 즐거움과 행복의 도가니였다.
지난 일이지만 국민모두가 콧노래를 부르며 즐거워했다. 월드컵의 4강 신화를 이뤘었던 대한건아의 힘은 붉은악마가 아니었을까 싶다.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어버린 그 때를 잊을 수 없고 지울 수도 없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얼굴빛이 밝았고 미소를 띠면서 즐거움으로 가득했었다. 네 것 내 것을 구별하지 않고 모두가 하나의 대한민국으로 뭉쳤었다.
벌써 20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그날의 함성과 쾌거의 장면은 생생하게 살아온다. 광화문거리를 비롯해 지방의 광장은 물론 중심도로까지 붉은악마의 응원물결은 환호속의 환호 그 자체였었다. 태극전사들의 경기시간이 있는 날에는 아예 다른 약속을 하지 않았으며 응원의 힘을 더했었다.
이번 붉은악마의 행적을 살펴볼까 한다. 그들은 지난 우루과이 전부터 카타르월드컵 현지응원을 위해 한국에서 도하로 건너왔었다고 한다. 약 4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월드컵기간 중 카타르의 숙소대란 탓에 한 곳에 모여 생활하진 못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도하시내에서 버스로 한 시간가량 떨어진 위성도시 알코르를 비롯해 여기저기 나뉘어 거처를 잡았다고 한다.
붉은악마는 25일 축구대표팀 숙소인 도하 시내 르메르디앙 시티센터 호텔을 방문했다. 한국에서 공수한 2002년 4강 신화 20주년 기념머플러 100장을 축구협회 직원을 통해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해당머플러의 무게만 총 18㎏에 달했다.
이중근 의장은 “20년 전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한국 축구가 실현한 4강 신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중요한 경기를 앞둔 우리선수들에게 ‘여러분의 등 뒤에 붉은악마가 변함없이 함께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머플러전달행사 현장을 함께 한 김홍준 씨는 “2019년 20세 이하 월드컵을 비롯해 다양한 국제대회에서 미드필더 이강인(21·마요르카)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보는 게 나만의 즐거움”이라면서 “선수단숙소방문 중에 먼발치에서 이강인이 동료 선수들과 차를 마시는 장면을 봤는데, 그 어느 대회보다 진지한 표정이었다고 했다. 월드컵이라는 대회의 무게감을 제대로 느끼는 듯해 흐뭇했다”고 말했다.
그렇다. 2002년 온 국민이 참여한 뜨거운 응원으로 전 세계에 명성을 떨친 붉은악마는 월드컵을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에서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흐름에 따라 응원의 수위를 조절하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전후반 90분 내내, 경기결과와 상관없이 일관되게 응원해 상대국 팬들의 기를 눌러 놓는다. 다른 나라축구팬들로부터 “서포팅만큼은 한국의 압도적인 우승”이라는 찬사를 종종 듣는다.
필자는 태극전사를 비롯해 대한민국의 힘은 단결임을 알고 있다. 온 국민이 하나로 뭉쳐진 힘은 대단하다. 민족혼이 살아오고 동포애가 끓어 넘치는 백의민족이 아닐 수 없다. 지구촌 어느 민족도 우리민족을 따라올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다르다. 국민과 국가는 뒷전이고 오직 자신만의 영달을 위한 정쟁만을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과 야당의 협치는 언제쯤이나 이루어질는지 매우 궁금하다. 아니다. 서민들의 생활고가 어려워지면서 불평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정쟁에 휘말린 정치판을 조금이라도 잠재우는 월드컵은 대한민국의 효자손일지도 모른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계기로 정치권이 협치 정국으로 돌아섰으면 좋겠다. 국민들의 불평불만이 이어지면 그 분노가 폭발하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동안만은 붉은악마와 함께 카타르로 향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비록 축구라는 운동에서 한마음으로 뭉치고 있지만 그 힘은 어디로 퉁길지를 모르는 일이다.
2002년 당시 우리나라 국민들은 저마다 붉은 악마의 티셔츠를 입고 뿔을 머리에 쓴 채로 소리 높여 축구국가 대표팀의 경기를 응원한 적이 있었다. 뿔이 나왔으니 괴물이 틀림없는데 어떤 연유로 우리나라 응원 복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를 살펴볼까 싶다.
옛날 중국역사시대 이전, 중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일컫는 별칭인 동이족 중에 蚩尤(치우)란 자가 있어 왕 노릇을 하고 있었다. 외모가 아주 겁나고 성격도 더없이 터프했다. 그는 넘치는 힘과 세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서쪽 그러니까 중국 쪽으로 넓혀나갔다. 가는 길을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치우의 머리가 구리처럼 단단하고 눈이 네 게다 달렸다. 여섯 개의 손이 있어 전후좌우를 다 커버할 수 있는 엄청난 파워와 전문적인 싸움 스킬을 가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안개를 일으키는 도술을 부릴 줄 알아 전쟁을 할 때 유용하게 써먹었다. 힘세고 포악하고 잔인한 도술사 치우는 월등한 세력으로 다른 종족을 휘저어 무찌르며 중국 쪽으로 자기의 세력을 넓혀나갔다.(생략)
그래서 일까? 엄청난 힘과 도술을 응용해 승리를 위한 경기를 하라는 국민염원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지구촌의 축제 속에서 온 국민의 염원인 4강바람을 타고 날아야 한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정치권도 온 국민의 열기에 함께 해야 한다. 협치를 이루는 그 날, 대한민국은 승승장구 할 것으로 믿는다. 따라서 온 국민은 붉은악마다. 붉은악마는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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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2 11:13 송고
2022-12-02 11:18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