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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갈대밭에서 김용수
2023-08-21 오전 6:56:22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김용수 편집국장


     

    미련을 버리지 못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말복과 입추가 지나고 처서가 오는 23일이다. 하지만 한낮의 기온은 30도를 웃돌고 있을 뿐 아니라 지온은 식을 줄 모른다. 여름의 끝자락을 장식하는 순천만 갈대마저도 고개를 숙인채로 폭염을 피하려 한다.

     

    올 여름의 상처가 생생하게 그려지는 오늘, 순천만 갈대밭과 갯벌 밭은 무성하다. 어쩌면 검푸르게 피어나는 갈대줄기와 잎사귀의 튼실함은 순천만을 지키는 파수병이 아닐까 싶다. 우리네 금수강산을 초토화 시켰던 폭우폭염과도 맞서는 갈대밭과 갯벌 밭의 그 힘! 순천사람들의 원동력이었다. 태풍 카눈역시도 순천지역을 지나칠 때는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順天은 글자 그대로 하늘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인가 싶다. 특히 순천만을 무대로 한 갈대밭과 갯벌 밭의 풍광은 지구촌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황홀경이다. 일출에서부터 일몰에 이르기까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하루해는 순천만을 그림으로 연출한다. 아니다. ,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의 계절감각을 변화무쌍하게 느끼게 한다. 그래서일까? 요즘 들어 외국인과 외지인들이 줄지어 찾는 곳도 순천이다. 물론 ‘2023순천만 국제정원 박람회가 개최되고 있는 시점에서 관람객들이 붐비리라 믿는다.

     

    그러나 순천의 미와 멋은 그 이면에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추억을 만들고 쌓는 장소로써 각광을 받고 있는 갈대밭과 갯벌 밭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야기 거리가 수두룩하고 무대의 소재가 될 만한 곳은 이 보다도 좋은 장소는 없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순천만을 찾는 시인묵객들은 추억 속에 피어나는 그리움을 붙잡아 창작활동을 펼친다고 했다. 게다가 연인을 비롯한 관광객들은 동화책 같은 갈대밭을 거닐고 갯벌 밭을 바라보면서 그리움의 정을 느낀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순천만 갈대밭과 갯벌 밭은 철새들의 낙원으로 조류들의 보금자리정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필자에게도 순천만 갈대밭과 갯벌 밭은 하얀 그리움으로 피어나고 있다. 그 누구보다도 고인이 된 송수권 시인과 송준용 수필가를 잊을 수가 없다. 봄이면 청갈대가 솟아나는 용산 어귀를 배회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로 세상사를 논했었고, 여름에는 갈대밭 사이고랑에서 낚시를 하면서 무더위를 식혔었다. 또 가을이면 갈대숲이 불러준 시어를 옮겨가며 가을여행을 서둘렀었고, 겨울이면 눈보라에 맞서는 갈대꽃을 바라보면서 인내와 용기를 얻었었다.

     

    그 옛날, 송 시인은 순천사범학교를 다녔던 자신의 학창시절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필자에게 들려주었다. 그 중에서도 이성간의 이야기는 청순했었다. 순천여고생들과의 첫 만남이 시작된 장소도 갈대밭에서 이뤄졌으며, 시를 쓰는 작업도 갈대밭과 갯벌 밭이었다고 전해주었었다. 그는 아직도 필자 곁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순천만 갈대밭의 첫 시작노트 그림을 함께 그렸었고 그 작품들이 고스라니 남아있기에 더욱 더 그리움은 크다. 게다가 송 수필가는 필자와 2인문학을 하면서 모과나무를 비롯한 주옥같은 수필집을 펴냈었다.

     

    갈대밭에서 쌓았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대대포구는 낚시를 즐기는 태공들에게 그리움을 낚게 했다. 더욱이 해넘이가 시작되는 무렵이면 에스자로 굽어 흐르는 강줄기 따라 금빛노을이 물든다. 출렁대는 물결위로 하얀 종이배를 띄웠었던 철부지소년의 이야기도 낚아 올린다. 이름 모를 소녀가 고이접어서 만들어준 하얀 종이배는 개미 뱃사공을 태운채로 순천만으로 흘러 흘러만 가고 있다. 끝이 없는 항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애정도 우정도 인정도 모두 함께 세월을 따라 흘러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따라 보고 싶고 그리워지는 사람들이 많다는 지인의 말이 생각난다. 그는 고마움을 알고 감사함을 알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보고프고 그립다고 했다. 그는 무성한 갈대밭의 풍성함과 인내력을 본받은 순천사람이 그립다고 했다. 동천줄기가 순천만으로 흘러가듯 배려의 마음들이 현사회로 흘러들어 젖어들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송수권 시인과 송준용 수필가와 함께 했었던 그 날이 생각나고 그립다. 순천만 갈대밭은 그리움의 산실이며, 온갖 정을 맺게 하는 근원지다. 그런 까닭에서 함께 낚았었던 추억이야기를 읊조려 본다.

     

    더러는 비워 놓고 살 일이다

    하루에 한 번씩

    저 뻘밭이 갯물을 비우듯이

    더러는 그리워하며 살 일이다

    하루에 한 번씩

    저 뻘밭이 밀물을 쳐보내듯이

    갈밭머리 해 어스름녘

    마른 물꼬리를 치려는지 돌아갈 줄 모르는

    한 마리 해오라기처럼

    먼 산 아래 서서

    , 우리들의 적막한 마음도

    그리움으로 빛날 때까지는

    또는 바삐바삐 서녘 서녘 하늘을 깨워 가는

    갈바람 소리에

    우리, 으스르지도록 온몸을 태우며

    마지막 이 바닷가에서

    캄캄하게 저물 일이다

    (송수권 시인의 적막한 바닷가전문)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23-08-21 06:55 송고 2023-08-21 06:56 편집
    순천만 갈대밭에서 / 김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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