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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물드는 남쪽지방 순천에서 / 김용수
2019-04-10 오후 5:27:26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김용수 편집국장




    봄꽃이 피고 있다. 꽃물 드는 4월로 접어들면 많은 생각들이 몰려온다. 남쪽지방을 찾아 꽃놀이를 즐기는 상춘객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연두 빛 이파리가 움터오고 벗꽃이 활짝 피어있는 가로수 길을 걷노라면 잊었던 기억과 추억담이 되살아날 것이다.


    무엇보다도 대다수의 상춘객들은 꽃으로 물드는 남쪽지방의 산천을 보고파하고 어린 날 노닐었던 그 옛날 고향땅을 그리워하며 동심세계를 노닐고 싶을 것이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 복숭아 꽃, 살구 꽃, 아기진달래 /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 /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꽃동네 새 동네 나의 옛 고향 / 파란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불러보는 “고향의 봄” 동요를 새삼스레 되 뇌여 본다. 포근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서글픔이 묻어나는 노랫말이다. 이 노래는 이원수 작사, 홍난파 작곡으로 우리민족의 아픔을 딛고 부모형제의 품과 따스한 고향 땅을 그리게 하는 향수가 아닐까 싶다.


    어쩌면 나라 잃은 설움, 그 설움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픈 소년소녀들의 동심을 그대로 반영한 시대적 비극일지도 모른다. 일제강점기에 겪었던 우리민족사의 수난이 또 다시 생각나는 봄날이다. 매화가 만발하고 하얀 배꽃과 노란 산수유 꽃,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그리고 하얀 목련과 벗꽃이 만발하는 4월은 아름답다 못해 잔인한 달이다.


    지금, 남쪽지방 순천은 봄꽃들이 피어나는 계절로 온 산천이 꽃물 든 꽃 바다다. 상춘객들의 옷차림에서부터 산은 산대로 들은 들대로 형형색색 아름다운 봄 색깔을 띠면서 봄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다. 더러는 그 빛깔과 그 냄새에 취해 생활리듬을 잃어버리고 봄바람에 흔들리는 풍류객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상춘객들은 봄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네 4월은 잔인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역사를 지녔다. T.S 엘리어트의 황무지(荒蕪地)를 떠나서라도 4.3 사건을 비롯해 4.19와 세월호 참사를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피로 물들었던 4월은 꽃으로 물드는 4월보다도 피로 물든 4월로 극명하게 인식되어 지고 있다.    


    순천이 낳은 허의령 시인의 “4월에 알아진 베고니아 꽃” 시에는 꽃물 드는 그날(4.19)의 풍경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 그날 / 그 무렵 / 어찌다 서울 장안에 있었고 / 물샐 틈 없이 겨눈 어깨가 / 하늘을 밀고 가던 날에 / 말이다.

    포연에 서린 자욱 / 짓궂게도 아물지 않아 / 엘레지에 파묻힐 때 / 아니 / 태풍을 맞서고 나선 등불마냥 / 내 숨결이 낮아질 때 / 장안이 들끓어 / 하늘이 내려앉고 / 그래서는 안 될 얼굴끼리 / 불장난이 있을 때 / 말이다.
    그날 밤 / 병원 문이 터져 나가고 / 십대의 꽃송이 들이 / 가닥가닥 찢긴 채 / 아직은 꺼져가는 체온을 걷어 가며 / 곁에 와 나란히 / 자리를 마련하던 날에 / 말이다.

    누가 놓았는지 모르지만 / 병실의 꽃 / 그것이 베꼬니아라 하기에 /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고 / 손을 내밀어 / 씨종자가리 듯 / 유심히 보고 또 보고 / 했으니…… / 그 꽃이 사철 피는 / 베꼬니아라 하기에.

    중략...


    화분에 담긴 그 꽃이 / 베꼬니아라 하기에 / 마음 가다듬어 보고파지며 / 어느 새 눈시울이 뜨거웠음은 / 사월에 알아진 때문이다.


    그러니까…… / 내가 / 그날 / 그 무렵 / 어찌다 서울 장안에 있었고 / 물샐 틈 없이 겨눈 어깨가 / 하늘을 밀고 가던 날에 / 말이다.


    “4월에 알아진 베고니아 꽃” 시어 속에 파묻힌 허 시인은 4.19혁명 당시, 공병 중위로 근무하다가 자신의 폐 수술 차 국군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그는 병실에서 보고 느꼈던 참혹한 현실을 시로 승화시켰으며, 십대들의 찢긴 몸에서 흐르는 붉은 피를 지켜보았었다. 


    “4월에 알아진 베고니아 꽃” 중략도 이어보아야 할 것 같다. 선혈 같은 붉은 빛 간직타 못해 / 그냥 쏟아 버리고 / 도려 핏빛을 마신 듯한 / 그 꽃이 말이다. // 아기의 입술마냥 / 금붕어가 내 품은 물거품마냥 / 피었다가 제 발밑에 소롯이 고여 가는 / 귀엽기만 한 그 꽃이 / 말이다.


    이 시를 보더라도 우리네 4월은 잔인했다. 꽃빛보다 핏빛이 더욱 강열하게 느껴지고, 아름다움보다는  핏빛비애의 참담함을 인식해야 하는 4월이었다. 이뿐 아니다. 잊혀져가는 4.3사건과 세월호 참사를 어찌해야 할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안개속이다. 


    당리당략만을 일삼고 있는 우리나라정치현실을 지켜볼 때,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책과 역사관은 뒷전이고 자신들의 영달만을 위한 권력투쟁에 혈안이 되고 있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당리당략에만 치중하고 있을 뿐, 활짝 핀 4월의 꽃소식은 캄캄 무소식이다. 


    꽃으로 물드는 남쪽지방 순천에서 “4월에 알아진 베고니아 꽃” 정신을 재조명할 위정자는 없는지, 물음표를 던지고 싶다. 꽃피는 4월에...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9-03-31 08:58 송고 2019-04-10 17:27 편집
    꽃으로 물드는 남쪽지방 순천에서 / 김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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